7·30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도 당청 관계 등에서 보다 여유를 갖게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수차례 당내 경쟁에서 속칭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이 잇달아 고배를 마시면서 박 대통령은 신경이 적잖이 쓰였지만 이번에는 '복심'이라 불리던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금의환향하면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셈이다.

실제로 그동안 당 주도권을 친박계가 쥐어오면서 편안한 당청관계를 유지해왔던 박 대통령은 최근 몇 차례 있었던 당내 역학 구도 변화로 신경을 집중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친박계 대신 비박(비박근혜)계 쪽으로 당심(黨心)이 기울면서 '친박'계 인물들이 연거푸 탈락하는 사례가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자존심도 다소 상처를 입게된 것이다. 먼저 6·30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5월 열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는 정몽준 전 의원이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제치고 후보로 선출됐다. 결과적으로 정 전 의원은 서울시장 본선거에서 낙선하긴 했지만 당내 경선에서는 이른바 '박심(朴心)'을 등에 업고 나선 김 전 총리를 이겼다.

이어 같은 달 치러진 19대 후반기 국회의장 선거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연출됐다. 새누리당 내 경선에서 비주류인 정의화 현 국회의장이 친박계를 대표해 나선 황우여 전 대표를 2배 이상의 표차로 따돌리고 국회의장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특히 이달 14일 치러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는 이 같은 당내 분위기가 극명하게 반영됐다. 역시 친박계 후보인 서청원 의원을 제치고 비주류를 대표해 나선 김무성 의원이 대표로 선출된 것이다. 더욱이 친박계인 홍문종 후보는 비주류인 김태호, 이인제 의원에게 밀려 최고위원에서도 탈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이정현 후보의 당선은 박 대통령에게도 적지 않은 의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복심'이자 '대통령의 입' 역할을 맡아온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사실상 보수여당에게 있어 사지(死地)라 할 수 있는 호남에서 당당하게 예상 밖의 승리를 거머쥐고 복귀하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당 내에서 자꾸 위축돼왔던 '친박'계의 입지를 이 전 수석이 적진에서의 승리를 통해 다시 강화시키고 더불어 박 대통령도 다시 큰 힘을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전략부재와 공천파장으로 인해 자충수를 둔 야당에게도 큰 원인이 있는 선거 결과로 볼 수 있는 데다 단순히 측근 한 명의 선거 승리로 당 내부의 정치 지형이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박 대통령의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단비'와도 같은 일임은 분명하다.

이 당선인은 김무성 대표체제에서 다소 껄끄러울 것으로 예상되는 당청관계를 보다 유연하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서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청와대도 31일 곧바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주를 박 대통령의 휴가기간으로 정한 데다 통상적으로 선거 결과에 대해 입장 표명을 꺼려왔던 그간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모습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자신 역시 휴가 중임에도 불구하고 서면브리핑 형식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서 선택하신 뜻을 무겁고 소중하게 받들겠다"며 "경제를 반드시 살리고 국가혁신을 이루라는 엄중한 명령으로 듣고 이를 위해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