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에게 수백 회 이상 수술을 시키고, 병상을 무허가로 설치해 '나이롱 환자'(위장 환자)를 유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험 급여 50여억원을 부정하게 타낸 병원장이 구속됐다. 경찰은 나이롱 환자 100여명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간호조무사에게 849차례 수술을 시키고 무허가 병상에 위장 환자를 유치해 보험공단으로부터 54억여원을 타낸 혐의(사기 등)로 경남 김해의 한 병원장 A(46)씨를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은 또 간호조무사 B(48)씨를 무면허 수술을 한 혐의(무면허의료행위 위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0년 1월 김해 구산동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B씨에게 무릎 관절염 반월상 절제 수술을 집도하게 했다. B씨는 이때부터 주로 무릎 관절염 환자를 상대로 수술했으며, 티눈을 제거하거나 포경 수술 등도 직접 했다.

B씨가 직접 수술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병원 직원들은 간호조무사인 B씨를 '수술실 실장'으로 부르기도 했다. B씨가 수술할 때는 간호사가 그를 보조하는 황당한 상황도 벌어졌다.

이런 식으로 B씨는 올 3월까지 4년여 동안 849회에 걸쳐 수술을 직접 했다. 경찰은 의사보다 간호조무사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기 때문에 '비용 절감' 차원에서 A씨가 B씨에게 수술을 시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B씨가 수술한 기록을 바탕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408차례에 걸쳐 8억3500만원 상당의 보험 급여를 부정하게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무허가 병상을 설치해 보험 급여를 부정 수령하기도 했다. 지난 2004년 12월 김해시보건소로부터 90개 병상을 허가받은 이 병원은, 2년 뒤 병원 뒤편 근린생활시설 건물 일부에 무허가로 60 병상을 추가 설치해 운영했다.

이 병원은 위장 환자(속칭 나이롱 환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부산과 양산 등 경남 지역에서도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위장 환자들은 실제로 아프지 않은데도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병원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병원장실에서 '무조건 많이 째고 (환자를)입원시키라'는 내용의 메모를 발견하기도 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병원을 개업할 후배에게 알려줄 내용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허가받은 병상에서 환자를 입원 치료한 것처럼 속여 2010년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 4953차례에 걸쳐 46억5200만원을 요양급여로 받아낸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A씨는 택시업체와 결탁해 환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도 했다. A씨는 택시업체 상무와 노조위원장 등이 병원으로 환자를 싣고 오면, 입원일수에 따라 소개비 명목으로 3~5만원씩 줬다. 경찰은 88차례에 걸쳐 405만원을 건네 받은 택시 업체 임원 2명 역시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같은 병원의 비리는 경찰이 이 지역 '나이롱 환자'를 조사하면서 드러났다. 수사 대상에 오른 나이롱 환자들은 2010년부터 올 3월까지 동일 병명으로 이 병원에 10차례 이상 입원하면서 40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보험 회사로부터 타 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들을 조사하다 병원의 무면허 의료행위와, 무허가 병상 설치·운영 사실을 알게 돼 본격적으로 수사를 벌여왔다. A씨는 "B씨에게 수술을 시키지 않고 직접 수술을 집도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병원장이 시켜 내가 수술을 직접 했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은 나이롱 환자 100여 명에 대해 보험 사기 혐의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김해시보건소가 "수년 전 이 병원의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발해 A씨를 형사고발했다"고 밝혀 온 것과 관련, 경위를 파악하고 보건소 직원이 연루됐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씨가 부정하게 받아낸 요양 급여 등 54억원 전액을 환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