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취소 결정은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가를 평가해 나온 겁니다."(경기도교육청 장학사)

"지정 취소는 교육법상 자사고 지정 목적 달성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입니다."(안산동산고 담당 변호사)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교육복지종합센터 2층 강당에선 마치 법정을 연상케 하는 뜨거운 청문(聽聞) 절차가 펼쳐졌다.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으로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의견을 들은 안산동산고가 공개적으로 소명을 하는 자리였다.

이날 수원과 서울에서 각각 자사고 폐지를 둘러싸고 청문 절차와 전국 자사고 교장들의 기자회견이 벌어지는 등 자사고 논란이 이어졌다.

안산동산고, "오류로 점수 미달된 것"

안산동산고는 지난 18일 경기도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점수(100점 만점에 70점)에 미달되는 67.69점을 받았다. 동산고는 ▲교원 1인당 학생수 비율 ▲학생 1인당 교육비 적정성 ▲장학금 수혜 학생 비율 등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안산 동산고 학부모들이 29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교육복지종합센터에서 열린‘안산 동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 청문회’에서 동산고의 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이날 청문에서 학교 측은 "일부 평가 항목에서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홍원용 교장은 "인성진로교육 프로그램의 경우 연간 110시간이면 '상(6점)'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동산고는 평균 시수가 163시간임에도 4.6점을 받았다"며 "교비회계 결산 기준 순세계잉여금(차기 연도로 이월되는 학교 예산 금액) 비율도 평균 2.7%로 높았는데 만점(3% 미만·3점)을 받지 못하고 1점을 받았다"고 했다. 두 가지 오류만 정정해도 기준점수인 70점을 넘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청 측이 "학교에서 제출한 자료가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하자, 학부모들은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고 야유했다. 청문회장에는 동산고 학부모 40여명이 참관해 학교 측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맞아요"라고 호응했다. 청문 말미에 홍 교장이 "도서관에서 공부해야 될 아이들이 역 앞에서 '지정 취소 안 되게 도와주세요' 서명을 받고 있다"고 말하자 학부모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청문은 당초 예정된 2시간을 넘겨 2시간 40여분간 진행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지정 취소'라는 평가 결과와 이날 청문 내용을 합해 7월 말까지 교육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전국 자사고 교장들, "조희연식 평가 거부하겠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는 전국 자사고교장협의회의 진보 교육감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국 49개 자사고 가운데 서울의 자사고 25개를 포함해 36개 학교 교장이 참석했다.

김용복 전국자사고교장협의회장(배재고 교장)은 "모든 면에서 우수한 학교인 안산동산고가 지정 취소된다는 데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교육청이) 안산동산고 지정 취소를 강행하면 자사고교장협의회가 가처분 신청, 행정 소송 등 법적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또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8월 말까지 서울의 자사고에 대해 '3차 종합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평가를 한 번 받았는데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 평가하고, 그것도 모자라 또 하겠다는 것은 학교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조희연식 평가를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이 자사고의 학생 선발 면접권을 없애고 100% 추첨으로 학생을 뽑으라고 한 데 대해 협의회는 "무조건 추첨으로 뽑으라고 하면 등록금을 일반고의 3배 받는 자사고에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의 자녀만 오게 된다"며 "조희연 교육감이 그토록 싫어하는 교육 양극화를 부추기는 꼴이며, 비교육적인 처사여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군산 중앙고 김복규 교장은 "우리 학교는 중학교 내신 상위 5% 이내에 드는 아이들이 10명이 안 될 정도"라며 "(진보 교육감들이) 모든 자사고를 귀족학교라고 하면서 없애겠다는 건 너무나 정치적인 접근"이라고 말했다. 군산 중앙고는 2010년 진보 성향 김승환 교육감으로부터 '지정 취소'를 당했다가 소송에서 이겨 5년째 자사고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