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 시각)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 선발로 나선 독일팀 11명 중 원톱 공격수 미로슬라프 클로제(폴란드계), 미드필더 메수트 외칠(터키계)과 사미 케디라(튀니지계), 중앙 수비수 제롬 보아텡(가나계)은 이민자 가정 출신이었다. 벤치에 있던 루카스 포돌스키(폴란드계)와 슈코드란 무스타피(알바니아계)를 합치면 23명 중 26%가 이민자 혈통이었다.

독일팀의 인종 구성은 10여년 만에 완전히 바뀌었다. 8강에서 무너진 1998년 월드컵, 예선 탈락한 2000년 유럽선수권의 독일팀에선 이민자 출신을 찾기 어려웠다.

독일팀의 변화는 선수를 선발한 감독의 의지 때문만이 아니다. 독일 사회 인구 구성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독일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이민자 유입이 급증했다. 이들의 사회 통합이 문제가 되자, 독일 정부는 축구를 통해 이주민 가정 자녀의 독일 정착을 도왔다. 현재 독일축구협회(DFB) 회원 700만명 가운데 약 40%가 이민자 출신의 부모 또는 조부모를 두고 있다.

‘히잡(이슬람식 머리 가리개)’을 쓴 터키 여성(가운데)이 자녀들과 함께 베를린 시내를 걷고 있는 모습.

독일은 전통적으로 아리안족(族)의 순수성을 강조하며 다른 민족에 배타적이었다. 헬무트 콜 전 총리가 "독일은 결코 이민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민자가 독일 사회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독일에 이민자가 대거 유입된 것은 안정된 경제 때문이다. 독일은 지난 2009년까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민자 수가 8위에 그쳤다. 하지만 경제 위기 이후 일자리를 찾아 스페인·그리스·터키 등에서 대거 이민자가 몰리며 지난해 독일로 들어온 이민자 수는 122만6000명이나 됐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많았다. 워싱턴포스트는 28일 "독일이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이 낮은 출산율 때문에 이민자 유치에 적극적인 정책을 편 것도 주효했다. 독일의 현재 여성 1인당 출산율은 1.4명으로 유럽 최저 수준이다. 경영 컨설팅 업체 언스트앤영은 "낮은 출산율로 인한 노동력 부족으로 독일 중소기업의 연 매출 손실이 310억유로(약 50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민자는 인구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2012년 인구 총조사에서 독일 인구는 8050만명으로 전년보다 약 19만6000명 늘었다. 독일 통계청은 "낮은 출산율에도 순유입 이민자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독일로 유입되는 이민자는 고급 인력이 많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20~65세 이민자 중 29%가 석사학위 소지자로 독일 평균 19%보다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