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진행한 설문에서 대한민국 엄마들이 가장 바라는 국가의 모습은 '안전한 나라(36%)'로 나타났다. 수많은 엄마가 지난 100일 동안 '안전 지킴이'로 나섰고, 사소한 습관부터 달라졌다고 답했다.

두 초등학생의 엄마인 대학 겸임교수 남승연(43)씨는 세월호 사고 이후 '생활 불편 신고' 안전행정부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았다. 일상에서 느낀 위험과 불편을 즉시 신고할 수 있는 앱이다. 남씨는 "아이들이 뛰노는 좁은 골목길에 학원 셔틀버스들이 불법으로 줄지어 서 있어 늘 위험하다고 느꼈다"며 "세월호 사고 후 '이건 고쳐야겠다' 싶어 아이들과 함께 직접 사진을 찍어 신고했다"고 했다. 며칠 뒤 학원 등하교 시간 외에는 불법 주차된 차량이 모두 사라졌다. 그는 "신고 과정을 눈으로 보여주니 아이들이 더 관심을 갖고 좋아하더라"고 했다.

비행기, 배, 영화관 등 다중 이용 시설에서 안전 수칙을 눈여겨본다는 엄마도 많았다. 워킹맘 강혜진(37)씨는 최근 영화 시작 전 '비상시 탈출 동선'을 안내하는 영상에 영화보다 더 집중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에게도 "불이 나거나 정전이 되면 오른쪽에 켜지는 파란 비상등을 따라나가라"고 다시 한번 설명한다.

일곱 살, 여덟 살 남매를 키우는 장현주(36)씨는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탈 때나 쇼핑몰에 갈 때 비상구 위치를 알아두는 동시에 '유리 깨는 도구'가 있는지 확인하는 등 탈출 경로를 그려둔다.

장씨는 "유리창 하나를 못 깨 바다에 가라앉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보고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강원도에 있는 안전체험관을 찾은 엄마, 아이가 학교 정문을 통과할 때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등하교 알리미 서비스'를 이용하는 엄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