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마(群馬)현에 있는 '조선인 강제 징용 희생자 추도비〈사진〉' 철거 방침이 확정됐다. 일본의 과거사 반성과 함께 한·일 양국 우호를 상징했던 추도비를 지자체가 직접 나서 철거하는 셈이다. 군마현은 현립 공원 '군마의 숲'에 세워진 추도비의 설치 허가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지난 22일 비석 설치 단체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에 즉시 철거를 통보했다. 일본 도시공원법이 금지하는 정치적 발언이 있었다는 이유다.

오사와 마사아키(大澤正明) 군마현 지사는 "추도비 설치 단체가 집회를 열어 정치적 발언을 한 결과, 추도비 존재 자체가 논쟁 대상이 돼 현민들이 건전하게 공원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 등 휴식 공간에 걸맞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현은 그간 추도비 앞 집회에서 나온 "추도비 비문에 일본의 사죄 발언이 없다" "강제 연행 역사를 전국적으로 호소하겠다" 같은 비판 발언을 '정치적'이라고 판단했다.

이 추도비는 일제 때 군마현 공사 현장에 강제 징용돼 희생된 조선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이 2004년 설치했다. 설치 당시 10년마다 허가를 갱신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추도비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 '강제 징용에 의한 조선인 희생자를 추도한다'는 문구가 한글과 일본어로 적혀 있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악화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우익 사이에서 추도비 철거 요구가 잇따랐고, 군마현은 지난달 현 의회 본회의를 거쳐 이번에 설치 허가 취소를 최종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