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 발견 소식에 시민들은 "우리 공권력이 어째 이 지경이 됐느냐"며 "이제는 검찰·경찰의 발표를 선뜻 믿지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이종진(53)씨는 "40일 전에 유씨의 시신을 확보해놓고도 그것도 모른 채 '유씨를 잡겠다'며 구속영장을 연장한 검찰을 보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의 자영업자 정애경(여·54)씨도 "경찰 발표를 보니 유병언이 명품 옷을 입고 가방엔 그 사람 책 제목이 새겨져 있었다고 하는데 시골 밭에 명품 옷을 입고 죽은 70대를 왜 의심하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그는 "몇천, 몇만 명이 투입돼 낭비한 인력과 국민 세금을 어떻게 책임질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남 창원의 회사원 사봉섭(33)씨는 "수사가 꾸준히 진척을 보였으면 모를까 석 달이 넘도록 지지부진하다가 갑자기 백골로 발견됐다는 발표에 믿음이 가겠느냐"며 "음모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인터넷과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도 검경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각종 음모론이 제기됐다. 일부 네티즌들이 '정부가 의료 민영화를 덮기 위해 사건을 자작했다'는 주장을 제기하자 '유병언' '의료 민영화'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의료 민영화 입법예고 마지막 날인 22일 정부가 이를 덮으려고 신원 확인이 안 될 만큼 부패한 시신 한 구를 유병언으로 가장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병언씨의 시신 발견 소식에 세월호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들은 "검찰과 경찰이 세월호 참사를 끝까지 미스터리로 만들어 버렸다"며 탄식했다. 실종자 가족 대표인 남경원(44)씨는 "사상 최대의 수색 작전이라고 난리를 쳤는데 유씨의 시신이 그의 별장에서 2.5㎞밖에 안 떨어진 곳에서 나왔다고 하면 세월호 피해자 아니라 그 누구가 믿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제 경찰이든 검찰이든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단원고 고(故) 최혜정 교사의 아버지 최재규(53)씨는 "유씨를 꼭 잡아다 재판정에 세우고 싶었는데 사건이 끝내 미스터리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