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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모미생전본래면목(父母未生前本來面目) 화두(話頭)를 드는데, 화두가 잘 안되는데요.

▲성철 스님=어떻게 안 되드노?

―부모한테서 몸 받기 전에는 내가 과연 무엇이었던가를 잡고 있습니다.

▲성철 스님=그렇게 하지 마! '그 뭐였던가' 이렇게 하지 말고, 어떤 것이 나의 부모미생전본래면목이냐 어떤 것이? '어떤 것이'를 잊지 말아."

불교 선승(禪僧)들 사이에서만 알음알음으로 전해지는 '비밀 노트'가 있다. 간화선(看話禪) 수행을 하다 막힐 때, 어른 스님들께 자꾸 여쭤보기도 뭣할 때 들춰보는 노트다. 바로 현대 한국불교의 거목 성철(性徹·1912~1993) 스님이 선승들을 상대로 화두 드는 법을 지도한 내용을 녹취·필사한 것. 이 비밀노트가 공개됐다. 해인사출판부가 최근 펴낸 '성철 스님의 화두공부 하는 법'이다.

1970년대 중반과 '선문정로(禪門正路)'가 출간된 1981년 두 차례에 걸쳐 녹취된 것으로 보이는 책에서 성철 스님은 오직 '화두' 한 가지에만 집중한다. 때로는 할아버지가 옛날이야기 들려주듯 화두에 얽힌 조사(祖師)들의 일화를 친절히 설명하다가도 예의 불호령과 몽둥이찜질이 날아든다. "아까 물으니 모른다는 소리는 얼른 안 하고 우물우물했는데, 뭐 좀 아는 거 있나?"라고 물어놓고 "한 말씀 드리겠다"고 답하자 바로 "뭣이, 인마. 벌써 아까 저기로 지나갔단 말이야. 아까 벌써 송장이 지나갔어. 이제 와서 한 말씀 드려 봐도 소용없어, 알겠어?"라고 정신 못 차리게 몰아붙이는 식이다.

성철 스님이 일러주는 간화선 공부의 팁(tip)은 화두에 "어째서"를 붙이라는 것. 그냥 '무(無)' '마삼근(麻三斤·삼 세 근)' '정전백수자(庭前柏樹子·뜰 앞의 잣나무)'를 외지 말고 '어째서?'라는 의문을 가지라는 당부다. 또한 성철 스님이 강조하는 간화선 수행의 최고 단계는 '동정일여(動靜一如·활동하거나 가만히 있거나 한결같음)'와 '몽중일여(夢中一如·꿈속에서도 한결같음)'를 넘어 '숙면일여(熟眠一如)' 즉 "잠이 아주 꽉 들어서 꿈도 없을 때에도 한결같이 화두를 놓지 않는" 단계에 이르는 것. 보통은 '몽중일여'도 안 되면서 "깨쳤다"고 하는데 "그건 병(病)"이라는 게 성철 스님이 내리치는 죽비다. "'몽중일여'는 돼야 선방 밥을 얻어먹을 수 있다"고도 말한다.

책은 굵은 활자로 167쪽. 독파에 1시간도 채 안 걸린다. 깨달음의 문고리를 잡는 데까지는 이렇게 성철 스님이 안내했다. 문제는 그다음. 관문을 열고 들어가 '숙면일여'의 봉우리까지 험난한 여정(旅程)은 온전히 나 혼자의 몫이다.

'화두공부하는 법'을 펴낸 해인사출판부 종현 스님은 "스님과 일반 신자를 막론하고 간화선 수행을 시작하는 분이나 중간에서 길을 잃은 경우, 이 책이 훌륭한 기본지침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