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한 이후 배급제가 일부 부활하는 등 식량 사정은 나아졌지만 북한 주민이 느끼는 체감 경제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심층 인터뷰에 응한 북한 주민은 김정은 집권 이후 경제 사정에 대해 지역과 분야별로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북한 주민 A씨는 "김일성 수령 때보다는 못하지만 김정일 장군 때보다는 낫다"고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중앙정부에서 주는 식량 배급이 사실상 끊겼다. 그러나 김정은은 집권 이후 민심 수습 차원에서 군량미를 풀어 일인당 하루 쌀 600g 정도를 일부 지역에 공급했다.

“스키장 만들 돈이면 인민들 2년은 먹고살 것” 본지의 설문에 응답한 북한 주민들은 북한이 김정은의 대표적인 치적 사업으로 건설한 마식령스키장에 대해 “스키장 만들 돈이면 인민들이 2년은 먹고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진은 마식령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는 사람들 모습.

다른 주민 B씨는 "김정은 장군이 인민 생활에 돈을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인기가 올랐다"고 했다. C씨는 "인민들은 (김일성) 수령님은 좋아해도 김정일 장군은 좋아하지 않는다. 주민들을 굶겨 죽였다. 김정은 장군은 할아버지처럼 배고픈 것부터 해결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에 사는 주민은 "평양만 진짜 조선"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배급 구경은 거의 못했고 오히려 형편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주민은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덜하지 않다. 지금도 굶어 죽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D씨는 "예전에는 (집 근처에 개인이 경작하는) 뙈기밭은 다 개인이 먹었는데 요즘은 이것도 (당이) 70%를 가져간다"고 했다. 일부 주민은 마식령스키장 건설 등 김정은의 역점 사업에 대해 "그 돈이면 인민들이 2년은 먹고살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제적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서는 주민 대부분이 "(쌀이나 밀가루) 포대만 봤다"고 증언했다. F씨는 "외국서 원조를 줘봤자 우리는 구경도 못한다. 당이나 군 간부들이 빼돌려서 장마당에 팔아먹는다. 우리는 그걸 돈 주고 사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 주민은 식량 지원이 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했다. 원조 식량이 들어오면 장마당의 쌀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원도에 사는 40대 북 남성은 "김정은 원수 들어오고 나서도 바뀐 게 별로 없다"며 "앞날이 캄캄하고 자꾸 속으니까 믿지 않는다. 오직 돈 벌어서 잘 살겠다는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