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일 합의한 '한·중 공동성명'은 양국 관계의 목표를 '성숙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규정했다. 1992년 수교와 함께 '우호협력 관계'를 맺은 이후, '협력적 동반자 관계'(1998년)→'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2003년)→'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2008년)로 격상돼 온 양국 관계를 "제도 차원에서 심화시키겠다는 것"(김흥규 아주대 교수)으로 해석된다.

고위급 대화 정례화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한·중 동반자 관계의 미래상(像)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시 주석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국제) 정세는 중·한 관계에 새로운 발전을 위한 기회를 주고 있다"며 "(양국은) 공동 발전을 위한 동반자, 지역 평화에 기여하는 동반자, 아시아의 발전을 추진하는 동반자, 세계 번영을 촉진하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이번 방한에서 중국과 한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건과 의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두 정상은 공동 발전과 지역 평화, 아시아 발전, 세계 번영을 이끄는 성숙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한·중 관계를 실질적으로 격상시키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번 한·중 공동성명은 작년 양국이 발표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과 마찬가지로 공동성명(총 10개항)과 세부 내용을 담은 부속서로 구성됐다.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내용 면에서 훨씬 구체화됐다. 우선 양국은 정치·안보 협력 분야에서 정상 간 상호 방문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공동성명에 '(시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편리한 시기에 중국을 재차 방문하여 줄 것을 초청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고 명시했다. 박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님과 작년 초 취임 이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다섯 번 만났다"며 "회담을 거듭할수록 시 주석님과의 신뢰가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고위급 전략대화도 정례화된다.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대화 체제를 구축하는 데 합의했다면 이번에는 정기적으로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양국 외교장관도 연례 교환 방문하기로 했다. 국방 분야 고위급 직통 전화를 개설하고, 정부와 민간의 유력 인사가 참여하는 1.5트랙(반민 반관) 대화 채널 설치, 연 100명의 청년 지도자를 초청하는 '한·중 청년 지도자 포럼' 개최도 합의했다.

두 정상은 또 무역을 기반으로 '양'이 늘어난 한·중 경제 관계를 질적으로 심화하기로 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연내(年內) 타결을 추진하고,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개설하기로 한 것은 지역·세계 차원의 통상·금융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 단계라는 해석이다.

체감할 수 있는 교류 확대

아산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이 협력 상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작년 1월 49.8%에서 올 6월 60.8%로 늘어났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때 중국이 한국 편에 설 것으로 본 응답자는 7%에 불과했다. 인적 교류가 확대되고 있지만 북한 문제, 중국의 세력 확대 등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양국 국민 간에 쌍방향 협력과 '체감할 수 있는 교류'를 강조한 것은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양국 정상은 올해 안에 한·중 인문 교류 테마 도시 사업 등 19개 한·중 인문 유대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영화 공동 제작에 대한 협정을 체결했다. 인적 교류 확대에 따른 법적 문제도 정비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자국 내에서 상대국 국민을 체포·구금했을 때 이를 상대국에 통보하는 절차가 담긴 한·중 영사협정을 체결했다. 지금까지는 우리 국민이 중국에서 체포·구금됐을 때 관련 통보와 영사 접견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