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지난주 집회 신고 내용과 다르게 도심 차로(車路)를 점거하고 연좌 농성을 벌인 노조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은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전국학습지노동조합원 유모씨는 2009년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정문 앞에서 부당 해고 규탄 집회를 열고 대학로를 따라 행진한 뒤 회사 후문 앞 이면 도로로 돌아와 조합원 20여명과 75분간 농성을 벌였다. 집회 신고에는 회사 후문 앞에서 행진을 마치기로 돼 있었을 뿐 연좌 농성 계획은 없었다. 노조원들은 농성 해산 명령을 내리는 경찰관과 몸싸움도 벌였다.

1심 법원은 차로를 점거해 차량 통행을 방해했다며 유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차량이 많지 않은 이면 도로에서 농성했고 농성 인원이 20여명에 불과해 교통 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당초의 집회 신고와는 달리 장시간 연좌 농성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폭력까지 행사됐다"며 "종합적으로 볼 때 피고인은 신고 범위를 크게 벗어나 도로 통행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서울 도심에선 수백·수천명이 차로를 무단 점거한 채 행진을 하거나 농성을 벌이는 일이 주말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28일에도 쌀 시장 개방 반대를 주장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등 4000여명이 가두 행진을 벌이다가 갑자기 도로를 점거하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가 차로를 불법 점거할 때마다 교통이 마비돼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는다. 그런데도 하급심 법원은 이런 시위대에 교통 방해가 아니라며 무죄판결을 내리기 일쑤였다. 서울중앙지법은 작년 10월 서울 도심에서 편도 4개 차로 가운데 2개 차로를 이용해 행진하겠다던 신고 내용과 달리 4개 차로를 모두 점거해 한 시간 동안 행진한 뒤 40여분간 연좌 농성을 벌인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차로를 무단 점거해 다른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까지 용납될 수는 없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불법 농성 장소가 어디든, 농성 인원이 몇 명이든 실제로 통행에 불편을 줬다면 법 위반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사설] 새누리 黨權 경쟁 꼴불견, 싸늘한 여론 그렇게 모르나
[사설] 최저임금 인상, 좋은 일자리 늘릴 대책도 나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