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민음사 대표편집인

Q. 영화 제목에도 저작권이 있나요?

최근 개봉한 영화를 살펴보다가 문득 궁금한 게 있어서 묻습니다. 개봉작인 '황제를 위하여'는 이문열 작가의 장편소설 '황제를 위하여'에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문열 소설의 주인공은 정감록에 나오는 인물로, 조폭을 다룬 이번 영화와는 그 내용상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러나 익히 알려진 작품 제목은 저작권이 있어서 함부로 쓸 수 없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경우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장은수·민음사 대표편집인


변희원 영화담당 기자

A. 영화 제목에는 저작권이 없습니다.

법조인과 영화인에 따르면,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제목을 저작물에 포함하지도 않고 저작물로 보호하는 별도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한 예로,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는 이전에 같은 제목의 무용극이 있었습니다. 무용극의 창작자가 영화 제작사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지만 패소했습니다. 제목은 같지만 실질적 구성 면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는 게 판결 취지였습니다.

한국 영화 중에는 외국 고전 영화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비열한 거리' '달콤한 인생' '공공의 적' '무방비 도시' '용서받지 못한 자' 등이 모두 그 예죠.

그러나 저작권이 없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제목을 짓는 건 '창의력의 빈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전에 속하는 외국 원작 영화보다, 10~20대 관객들에겐 제목을 베껴 쓴 한국 영화가 더 잘 알려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변희원 영화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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