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회장

19년 전 6월 29일은 1970년대 이후 고도 경제성장을 이루며 '한강의 기적'을 낳았던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날이다. 삼풍백화점이 붕괴되면서 약 1500명의 인명피해(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와 27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부실시공과 무리한 증축 그리고 진단부실 등 총체적 부실 그 자체였다. 가장 큰 원인은 '빨리빨리' 정신 이면에 가려진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었다.

사고로 인한 사회적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사고를 계기로 안전에 대해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의 관심이 촉발했고,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 범국가적 차원의 안전관리체계도 구축돼 제법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과 정부의 대증적인 대응요법, 근시안적인 안전투자, 저비용 구조에 떠밀린 부실체계는 여전하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그렇다. 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붕괴되고, 아파트단지 주차장 지반이 무너지는가 하면 대형 여객선이 침몰하고, 대형 화재가 발생해 너무나도 많은 생명을 잃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래도 삼풍 사고 때는 사고 이후 보름이 지나는 동안 한 사람, 한 사람 구조가 되면서 국민에게 반가운 눈물을 흘리게라도 했지만 19년이 지난 지금은 좌절의 눈물만 흘려야 했다. 결과적으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비교해 안전에 대한 변화를 말하기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우리는 지금 19년 전 이날을 교훈 삼아 안전시스템에 대한 재정립을 새롭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회기반시설 대부분은 1970년대 건설돼 현재 30년 이상 된 시설물은 1889개소에 달한다. 전체 사회간접자본 시설물의 11%에 해당한다. 그리고 5년 후가 되면 4427개, 10년 후에는 8269개로 폭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도 시설물 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는 만큼 당장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설물 유지 관리 투자는 신규 건설의 약 8%에 불과하다. 기술 수준은 미국의 76%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그동안 유지관리체계는 문제가 발생한 시설에 대해서만 응급 처치 수준의 보수·보강을 실시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유지 보수 수준의 노후시설물 관리 체계가 지속된다면 안전조치는 한계에 이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