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을 앞두고 노르망디 거리 곳곳에는 성조기와 유니언잭(영국 국기) 등 승전국의 국기가 휘날리며 축제 분위기다. 하지만 패전국 시각에서 본 전쟁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3일 프랑스 서북쪽 노르망디의 작은 마을 라 캉브(La Cambe). 성인 한명이 지나갈 정도의 좁은 돌문 입구로 들어서자 작은 검은 돌 십자가들이 잔디밭에 박혀 있었다.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희생된 독일군 묘역이었다. 십자가의 생몰연대는 이들 대부분이 20대 초반의 청춘이었음을 보여줬다. 노르망디 전투에서 죽거나 부상한 군인은 모두 20만명. 그 가운데 독일군 2만1000여명이 이곳 라 캉브 묘역에 묻혀 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을 사흘 앞둔 이날 독일군 묘역엔 방문객 300여명이 있었다. 차로 20분 떨어진 '노르망디 미군 묘역'에 방문객 2000여명이 있던 것과 비교됐다. 패전국의 병사들은 죽어서도 승전국 군인과 다른 대우를 받는 듯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1944년 6월 6일) 70주년을 사흘 앞둔 3일 프랑스 노르망디의 작은 마을 라 캉브에 있는 독일군 전사자 묘역을 방문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독일은 세계대전 당시 희생된 자국군의 묘역을 전쟁 지역에 조성해‘국가적 반성’의 징표로 삼고 있다.

독일군 묘역에는 나치 깃발은 물론이고 당시 독일군이 사용했던 물품이나 전쟁 물자도 없다. 대신 안내소에 마련된 작은 전시실에는 전쟁의 참상을 담은 기록물, 그리고 전후(戰後) 프랑스와의 관계 회복을 위한 독일의 노력을 담은 자료들이 있었다.

세계의 모든 국가는 타지에서 희생된 자국 군인을 본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정상적인 국가다. 그러나 유럽 최강국 독일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사자 묘지 위원회'를 구성해 1·2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자국 군인들의 묘역을 프랑스·러시아·북아프리카 등 전쟁 지역에 조성하고 있다. 이유를 묻자 국가적인 '반성의 징표'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전사자 묘지 위원회 소속으로 묘역 안내를 맡고 있는 독일인 아우스리히(43)씨는 "그들이 목숨을 잃은 땅에서 전쟁의 잔혹함을 후세대에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묘역엔 가족을 기리러 온 독일인이 많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딸(10)과 함께 묘역을 찾아온 슈바인스(42)씨는 "이 사람들은 독일을 위해 싸우다 죽은 사람들이 아니라, 나치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이라고 했다. 2차 세계대전은 독일이 아닌 나치를 위한 전쟁이었으며, 전사자 역시 피해자라는 말이었다.

독일은 작년 말에도 러시아에 2차 세계대전 중 희생된 독일군을 위한 묘지를 만들었다. 대신 2011년에는 독일에 있던 나치 1급 전범 루돌프 헤스의 무덤을 극우 인사들이 순례하자, 무덤을 파헤치고 유골을 화장해 흔적까지 없애버렸다. 독일의 전후(戰後) 반성문은 이처럼 철저하다.

오는 6일 열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승전국인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 국가 정상과 함께 참석한다. 메르켈은 참석에 앞서 "전쟁의 잔혹함을 후세대에 전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일"이라고 했다. 라 캉브의 독일군 묘역 전시실엔 "군인의 무덤은 가장 훌륭한 평화의 전도사"라는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경구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戰犯 시설 만든 日, 해외 유골 수습도 본격화]

같은 2차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패전 70년을 맞는 내년부터 2차대전 중 해외에서 사망한 113만명의 옛 일본군 유골 수습을 본격화한다. 그동안 민간단체가 주도했지만, 앞으로는 정부가 자금과 조직을 동원해 전면적으로 유골을 수습하겠다는 것이다.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유골은 도쿄의 지도리가후치(千鳥が淵) 전몰자 묘원에 안장한다.

일본 정부는 전사자가 많았던 필리핀 등 10여곳에 ‘전몰자 위령비’를 건립, 매년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일본 극우 세력들은 도쿄 전범재판으로 교수형에 처해진 도조 히데키 등 A급 전범 7명의 유골을 몰래 빼돌려 1960년 아이치(愛知)현에 ‘순국칠사묘(殉國七士廟)’를 만들었다. 순국칠사묘에는 A급 전범 용의자로 복역한 후 총리까지 지낸 기시 노부스케가 직접 쓴 비석도 있다. 그의 외손자 아베 신조 총리가 참배한 야스쿠니(靖國) 신사는 이들을 비롯한 A급 전범 14명의 위패를 두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