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이 민간인 출신으로 규제조정실장(1급)을 뽑으려고 두 차례 공모(公募)를 해봤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해 3차 공모에 나섰다. 기업인, 변호사 등 20여명이 지원했지만 정부가 원하는 전문성·추진력·도덕성을 갖춘 이가 없었다고 한다.

규제조정실장 직급은 장·차관 다음인 1급으로 비(非)정무직 공무원 가운데 가장 높다. 현 정부 핵심 정책인 규제 개혁을 지휘·조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그러나 급여 수준은 민간 대기업 임원에 크게 못 미친다. 본인과 가족 재산을 공개해야 하고 퇴임 후 다시 괜찮은 직장을 잡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세월호 사고 이후 공직자를 보는 국민 시선은 전보다 더 곱지 않다. 정부가 민간에 문을 활짝 열어젖혀도 우수한 민간 전문가들이 선뜻 발을 들여놓을지 의문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공직 사회 개혁을 위해 민간 전문가가 공직에 더 많이 진입할 수 있도록 채용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정부는 나흘 뒤 2017년까지 5급 공채(이전 행정고시)와 민간 경력자 채용 비율을 5대5로 맞출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직 채용 방식을 다양화해야 공무원들 사이에 경쟁이 일어나고 비리·비능률에 대한 조직 내 견제가 생긴다. 공직 민간 개방을 확대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1급 요직인 규제조정실장 공모가 두 번 무산된 것을 보면 그게 얼마나 만만치 않은 일인지 알 수 있다.

2017년이면 이 정부 임기 말이다. 정부가 얼마나 추진력 있게 정책을 밀어붙일지도 확신할 수 없다. 국민에게 뭔가 보여주는 게 급하다고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를 내놓고 무리하게 추진해서도 안 된다. 실현 가능한 정책을 내놓고 그걸 어떻게 밀고 갈 것인지 구체적 일정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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