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국내 경기는 예술·스포츠·여가업이 11.6%나 감소한 것을 비롯해 도·소매, 숙박·음식업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세월호 사고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사실이 지표(指標)로 확인된 것이다.

국내 민간 소비가 얼어붙은 것과는 달리 해외 소비는 크게 늘었다. 지난달 우리 국민의 해외 관광 지출액은 16억9680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24.7%나 늘었다. 휴가철인 작년 7월 16억7100만달러를 넘는 사상 최대 기록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단체 해외 관광은 대거 취소됐지만 개별 해외 관광이 늘고 원화(貨) 강세 영향으로 씀씀이도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국내에서 닫혀 있던 소비자들의 지갑이 해외에서는 크게 열린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을 당초보다 0.2% 포인트 낮춘 3.7%로 수정했다. 당초 3.7%로 예상했던 올해 소비 증가율이 2.7%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려나가려면 소비자들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지갑을 열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이제 학교 수학여행과 지역 관광행사 재개를 비롯해 소비 활동이 정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때가 됐다. 같은 명품 수입 브랜드 제품도 국내에서 사도록 하는 게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소비 부진의 원인이 세월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계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가계(家計)의 소비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었다. 외국보다 훨씬 무거운 교육비·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노후(老後) 대비를 하기 어렵고 그래서 젊은 세대부터 노인 세대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소비를 늘리지 않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가계 소비를 늘리려면 여력 있는 기업들이 임금 인상을 통해 가계의 실질 소득이 늘어나도록 하면서 가계 부채와 교육비·주거비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중·장기 대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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