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보〉(73~79)=이른바 바둑 십결(十訣) 가운데 최고의 가르침은 '공피고아(攻彼顧我)'인 듯싶다. '상대를 공격하기 전 스스로의 허점(虛點)부터 살피라'는 뜻이니 인생 교훈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손자병법 36계 중 승전계(勝戰計)도 비슷한 내용이다. "아군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을 때 출정(出征)해 적을 토벌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쇠도 달궈졌을 때 쳐라"는 영미권 속담도 같은 의미. 무리나 억지스러움으론 대업을 이룰 수 없다는 건 동서고금의 진리다.

73이 공피고아의 원리에 충실한 점. 마음 같아선 참고 1도 1에 젖혀 상변 백의 약점부터 추궁하고 싶지만 8의 대세점을 빼앗기게 된다. 이 진행이라면 백의 자세가 좋아 흑으로선 '고난의 행군'을 면치 못한다. 이제는 백이 자체 도생(圖生)에 주력할 차례. 74부터 78까지 근거 마련을 위해 흑의 압박에 순순히 응한다.

이 과정에서 75로 '가'에 젖혀가는 수는 없었을까. 그게 참고 2도다. 9까지 흑이 중앙 발언권이 다소 커졌지만 백도 10으로 완생해 불만이 없다. 79로 정비해 일단락. 훗날 백 '나'로 잡히는 맛이 남았다는 게 흑의 아쉬움이다. 79로 '나'에 버틸 수는 없었는지 다음 보에서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