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발생한 서울지하철 3호선 도곡역 전동차 방화 사건은 역무원의 빠른 대처와 열차 내부의 불연·난연성 소재 덕분에 '제2의 대구지하철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이날 방화범 조모(71)씨는 시너 11병(11L)과 부탄가스 4개 등 인화 물질을 다량 준비해 지하철에 불을 붙였지만 스테인리스와 난연 섬유로 제작된 의자와 합성고무 바닥 등만 그을린 뒤 진화됐다. 지하철 내부 벽체와 바닥, 의자 등이 모두 불연·난연성 소재였기 때문이다.

지하철 내부가 불연·난연성 소재로 대대적으로 보강된 것은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다.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화재 당시 전동차 의자 시트는 폴리우레탄 폼 재질, 바닥과 벽은 섬유강화플라스틱(FRP)과 폴리염화비닐 등 가연성 소재로 범벅돼 있어 순식간에 검은 유독가스가 역사를 덮쳤다.

역 승강장에는 스프링클러나 연기를 배출하는 시설이 전무했다. 그 결과 192명이 숨지고 173명이 다치거나 실종됐다.

이 사고 이후 전국에서 전동차 내·외부를 불연재로 교체하는 대대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대구시는 참사 후 2년 4개월여가 지난 2005년 6월까지 228억원을 들여 대구지하철 전동차량 34편의 내장판과 바닥판, 객실 의자 등을 모두 불연·난연재로 교체했다.

이후 다른 시·도에서도 교체 작업이 속속 진행돼 2006년 6월 전국 지하철 전동차 4325량에 대한 내장재 교체 공사가 사업비 3434억원을 들여 모두 끝났다. 객차 의자는 코팅 처리된 스테인리스와 난연 섬유로 제작됐고, 열차 바닥은 염화비닐에서 합성고무로, 단열재는 폴리에틸렌에서 잘 타지 않는 유리섬유로 바뀌었다.

또 비상시 승객 대피 동선에 맞게 역사 내 피난유도등을 늘리고 소화기·공기호흡기·방독면 등 소화 구호 설비도 추가로 비치했다. 모든 역무원은 화재 발생 시 소화기를 사용해 초동 조치를 하고 승객 구호에 나설 수 있도록 월 1회 이상 교육도 받았다. 유독가스 전파를 차단하는 스프링클러와 제연경계벽도 역내에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