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새벽 노인 요양병원인 전남 장성의 효사랑병원 별관에서 불이 나 2층에서 자던 환자 20명과 불을 끄려던 간호조무사 1명이 사망했다. 경찰은 80대 치매 환자를 방화 용의자로 체포했다. 2010년 경북 포항의 요양원 화재 때도 입소 노인 27명 가운데 10명이 숨진 일이 있다.

효사랑병원엔 환자 324명이 입원해 있었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 불이 나면 대피가 어려운 노인들이다. 따라서 입원 병동엔 스프링클러와 방화 셔터를 설치하는 게 당연하다. 효사랑병원엔 그런 시설이 없었다. 요양병원 건물 규모가 작아 설치 의무가 없다고 한다.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불이 날 당시 별관 건물 2층 근무자는 간호조무사 1명뿐이었다. 중증 치매·중풍 등 노인 환자들은 화장실 일도 도와줘야 하고 잘 때도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이따금 자세를 바꿔줘야 한다. 1명 야간 근무로는 34명에게 이런 일상적 간병 서비스도 감당할 수 없다. 효사랑병원은 전국 1280개 요양병원 가운데 보건 당국 평가에서 '안심 병원' 인증(認證)을 받은 230곳 가운데 하나였다. 인증을 못 받은 다른 병원들은 어련할까 하는 불안감이 들 수밖에 없다.

효사랑병원엔 지난 21일 장성군 보건소 직원 2명이 방문해 소화 설비, 화재 대비 훈련을 점검했고 '이상 없다'는 판정을 해줬다. 지금 전국 공무원이 동원돼 벌이는 안전 점검이 대부분 이렇게 형식적일 것이다. 공무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국가적 고민이 필요하다.

전국 노인 요양병원 1230개소에서 26만 명의 노인을, 요양원 4490개소에선 11만7500명을 돌보고 있다. 요양병원은 2008년 690개소였던 것이 6년여 만에 두 배로 늘었다. 그만큼 비용은 적게 들고 수입은 좋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요양원들 사이엔 환자 유치 덤핑 경쟁도 벌어진다. 오피스텔·모텔을 개조해 세운 싸구려 요양원 중엔 좁은 병실에 중증 환자들을 가둬놓고 밤엔 억지로 기저귀를 채우거나 신경안정제를 복용시키다가 물의를 빚는 경우도 있다.

독일의 노인 요양시설 분위기는 대학 캠퍼스나 수목원처럼 아늑하다. 일본 요양시설들은 주택가 한가운데 있어 동네 주민들과 가족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곳이 많다. 누구나 언젠가 노인이 된다. 요양병원 참극은 우리 모두의 미래 문제일 수 있다. 젊은 세대의 부담이 좀 무거워지더라도 노인들이 안전하고 인간답게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세월호 침몰 40일 뒤 경기도 고양의 터미널 화재로 8명이 죽었고, 그 이틀 후 다시 요양병원 화재가 터졌다. 서울지하철에선 70대 노인이 전동차 안에서 불을 질러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잇단 참극(慘劇)을 접한 국민은 대한민국의 어느 시설, 어느 부문 하나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있는 것인지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

[[사설] 安 후보 사퇴를 전관예우·官피아 척결 첫걸음으로 만들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