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빛·옥빛 바다, 숲과 기암괴석 어우러진 절벽, 코끝에 살랑대는 갯바람, 저녁 노을 위로 나는 기러기떼….

이런 풍광 속에 드라이브하는 기분은 어떨까?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 '영화의 한 장면'이다. 그러나 부산에선 이게 일상, 생활이 된다. 22일 '부산항대교(영도구 청학동~남구 감만동)' 준공으로 오랫동안 꿈꿔온 '해상 순환도로망'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22일 개통하는 부산항대교 야경. 길이 3.4㎞에 영도구 청학동과 남구 감만동을 연결하는 이 다리는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 명소가 되면서 지역간 소통을 원활히 해 침체의 길을 걷던 영도·중·동구 등 부산 원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외곽을 둥그렇게 감싸는 반지 모양을 닮은 '오션 링 로드'인 '해상 순환도로망'은 '오션 브릿지 시티(Ocean Bridge City)'를 향한 20년 대장정의 결정판. 이 도로망은 서쪽부터 거가대교(경남 거제~부산 강서구 가덕도)→가덕대교(가덕도~강서구 송정동)→신호대교(강서구 신호동~명지동)→을숙도대교(강서구 명지동~사하구 장림동) →남항대교(서구 암남동~영도구 영선동) →부산항대교→광안대교(수영구 남천동~해운대구 우동)의 7개 다리로 이뤄진다.

영도대교(중구 중앙동~영도구 대교동)와 부산대교(중앙동~영도구 봉래동)도 바다 위 다리. 이를 합하면 부산의 '바다 위 다리'들은 모두 9개가 된다.

허대영 부산시 도시개발본부장은 "'오션 링 로드' 등 해상교량들은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지형에다 산지가 많아 사통팔달로 도로를 내기 힘든 부산의 지형적 특성을 감안해 추진된 것"이라며 "'오션 링 로드' 완성으로 부산은 다양하고 멋진 바다 위 다리들의 '오션 브릿지 시티'란 브랜드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바다 위 다리'는 단순한 '다리(물을 건너거나 또는 한편의 높은 곳에서 다른 편의 높은 곳으로 건너다닐 수 있도록 만든 시설물)'가 아니다. 공간과 공간, 마음과 마음, 시간과 시간을 잇는 그 '무엇'이다. 길다란 띠처럼 생긴 부산의 공간 구조를 원형처럼 바꾸고, 중앙의 원도심과 그 좌우의 동·서부산간을 보다 빨리 널리 연결해 권역별 발전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이들 다리가 지나는 곳은 대부분이 절경(絶景)이요, 부산의 진경(眞景)이다. 남해와 동해의 교차 해역으로 서로 다른 물빛을 품고 있고, 바다·산·강 등 삼포(三抱)의 풍광을 아우른다. 누른 삼각주 위의 붉은 석양에 철새떼 날고, 마천루 빌딩 숲 앞으로 눈부신 햇살 아래 옥빛 바다 위로 하얀 요트들이 미끄러져 달린다. 무소의 뿔처럼 솟은 대형 크레인에 알록달록 컨테이너들이 산을 이루는 부두의 부산함도 있다.

부산 해상 다리별 재원 그래픽

이 풍경들은 종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토막 토막 따로 봐야했다. 그러나 '오션 링 로드'로 인해 죽 연결해 파노라마처럼 즐길 수 있게 됐다. 배를 탄 것도 아닌데 바다 위에서 육지, 도시를 보는 '관점 이동의 미학'도 있다. 바다 위에 떠서 보는 도시 풍경 또한 일품이고 색다른 경험이다.

또 현수교, 사장교, 도개교 등 다리 그 자체로 하나의 명물, 명소다. 80억, 100억원을 들인 경관 조명 역시 예술작품이다. 광안대교·영도대교는 전국서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명소가 됐고 부산항대교 또한 그렇게 될 전망이다.

공간만 아니다. 시간도 담고 있다. 영도대교는 일제강점기인 1934년 11월 탄생했다. 도개교로 전국 제일의 명물이었다. 6·25 전쟁 땐 뿔뿔이 흩어졌던 피란민들의 상봉 장소였다. 1966년 도개 기능이 중단됐다가 새 다리를 지으면서 지난해 11월 복원됐다. 일제강점기, 광복, 전쟁, 경제발전 등 우리 사회가 겪어온 근·현대의 시간을 품고 있다..

부산항대교·광안대교 등엔 레이저, LED, 디지털 등 현대의 최첨단 기술이 녹아 있다. '다리'가 근대와 현대의, 그리고 미래를 향한 시간들을 서로 이어주고 있는 셈이다.'해상 순환도로망'은 또 부산의 고질적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20년에 걸쳐 추진됐다. 이 도로들이 차례로 완공되면서 부산시내 교통이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이들 '바다 위 다리 9총사' 중 1980년 준공된 부산대교를 제외한 나머지 다리 8개는 스스로 교통 등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관광·상권활성화 등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지방자치제 재개와 궤를 같이 하며 만들어졌다. '지자체, 부산의 꿈' '부산 갈매기들의 여망'을 담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는 이들 '바다 위 다리'를 도시 브랜드화하고 글로벌 관광자원으로 만들기 위한 '해안교량 세계 명품화 프로젝트'를 수립, 추진하고 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부산항대교 등 9개의 '바다 위 다리'들은 부산 앞바다에 뜬 무지개, '브릿지 레인보우'다"라며 "부산, 그리고 시민들의 미래를 향한 꿈들을 이어주고 실현하는 '마법의 다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