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상과학영화 '그래비티(Gravity)'는 우주 공간에서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던 스톤 박사(샌드라 불럭)의 우주왕복선이 인공위성 잔해에 부딪힌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우주왕복선은 파괴되고 스톤 박사는 순식간에 '우주 미아'가 되고 만다.

위성과 우주선을 순식간에 파괴하는 '우주 쓰레기'의 공포는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미국 국방부가 실제 이 같은 위협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미 국방부가 2020년까지 총 60억달러(6조원)를 들여서 지상 정밀 레이더를 개발해 우주 쓰레기를 추적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 보도했다. '우주 울타리(space fence)'라고 하는 지상 레이더 9개가 우주로 전파를 쏜 다음, 우주 쓰레기에 반사돼 돌아오는 전파를 통해 우주 쓰레기의 이동 경로와 속도를 파악하는 원리다. 우주 쓰레기와 충돌이 우려되는 인공위성과 우주선에 사전(事前) 경고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NASA는 현재 지구궤도를 따라서 돌고 있는 우주 쓰레기를 50만개로 추정한다. 미국과 옛 소련이 1950년대 위성을 발사한 이후 고장 난 위성, 우주선, 로켓 파편들이 우주를 떠다니고 있다. 이 우주 쓰레기들은 보통 시속 3만5400㎞로 지구 궤도를 돈다. 윌리엄 셸턴 미 공군우주사령부 사령관은 "길이 2~3㎝ 파편만으로도 인공위성을 치명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향후 개발하는 레이더가 길이 3㎝ 파편까지 식별할 수 있으며, 파편 10만개의 궤도와 속도를 추적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레이더가 우주 쓰레기 파편 50만개의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건 파편이 구름처럼 무리를 지어 이동하기 때문이다. 레이더가 길이 3㎝ 미만의 작은 파편을 하나하나 탐지할 수는 없지만, 크기가 큰 파편들을 통해 전체 파편 무리의 이동을 마치 일기예보처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