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2013년 8월까지 성추행이나 음주 운전으로 감봉 이상 징계를 받은 경찰관 298명 가운데 83%인 248명이 대민(對民) 업무를 맡은 지구대나 파출소에 배치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248명 가운데 성추행으로 징계받은 사람은 20명으로 이들은 '밤길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를 담당하는 업무 파트에 배치됐다. 2012년 음주 운전으로 징계를 받고 지구대·파출소로 배치된 32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14명은 운전면허가 취소·정지된 기간에 112 순찰차를 직접 운전했다. 다른 14명은 순찰차에 타고 근무하는 순찰차 승무자로 지정됐다.

경찰의 '밤길 안심 귀가 서비스'는 밤늦게 귀가하는 직장 여성들이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다. 귀가 여성이 지구대나 파출소에 부탁하면 경찰관이 112 순찰차로 버스·택시 승강장에서 집까지 바래다 준다. 여성들을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해주겠다는 업무에 성추행으로 징계받은 경찰관을 배치한 것은 도둑에게 금고 열쇠를 맡긴 격이다. 순찰차는 음주 운전 단속도 한다. 음주 운전으로 징계를 받았거나 면허가 취소·정지된 경찰관이 순찰차를 몰면서 음주 단속을 하는 것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은 동네를 돌면서 범죄 예방 활동도 한다. 최일선에서 주민들과 직접 대면하는 업무 특성상 이곳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다른 경찰관보다 더 근무 기강이 바로 서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경찰이 주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경찰청 규칙에도 지구대·파출소에는 비리로 감봉 이상의 징계 처분을 받고 3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채무(債務)가 지나치게 많거나, 도박·불건전한 이성 관계 등으로 성실한 업무 수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은 배치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성추행이나 음주 운전으로 징계받은 경찰관 10명 중 8명을 지구대·파출소로 내려보내 지구대·파출소를 문제 경찰관들의 집합소로 만들었다. 그걸 알고 나면 어느 국민이 위급할 때 비리 경찰관들이 모인 파출소·지구대를 찾아가겠는가.

[[사설] 충격적 사고에 충격적 대응,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