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7일 1달러당 원화 환율이 1022.5원에 마감해 원화 가치가 금융 위기 직전인 2008년 8월 이후 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도 원화 가치는 3.05%나 올라 주요 40개국 중 상승률이 가장 컸다.

최근의 원화 강세는 휴대폰·반도체·자동차의 수출 호황(好況)으로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가 넘치는 게 주된 이유다. 3월 경상수지 흑자는 73억5000만달러로 전달보다 63% 급증해 3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커진 데는 지난달부터 삼성전자의 베트남 공장에서 수출한 휴대폰도 우리나라 수출 실적으로 잡는 식으로 통계 기준을 개편한 게 큰 몫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 기업 해외 공장의 수출은 우리 수출 실적으로 잡지 않았다. 실제로는 변한 것이 없는데 통계 작성 방식을 바꾸면서 마치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좋아진 것처럼 착시(錯視)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지난해 말 전경련이 6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환율이 1066.4원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을 보게 된다고 대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도 중소기업들은 손익분기점 환율이 1066.05원이라고 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도 올해 달러당 1050원을 기준으로 사업 계획을 짰다.

환율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하락하면 중소 수출 업체는 물론 머지않아 삼성·현대차에도 파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위기의식을 갖고 원화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야 한다. 기업들도 신기술 개발과 원가(原價)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대책을 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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