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가 발생했을 때 상당수 승객들은 “밖으로 나오지 말고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에 따르지 않고 앞다퉈 차량에서 탈출했다.

불과 2주 전쯤인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선실에서 대기하라.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선내 안내방송에 따랐다가 단원고 학생 등 300여명이 실종·사망한 참사를 승객들이 떠올렸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후유 증상이 지하철 추돌사고 현장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추돌 사고 지하철 차량들에 타고 있었던 승객들에 따르면 안내방송이 뒤늦게나마 나오긴 했다고 한다. 서울메트로 측은 "맞은편 선로로 역에 들어오는 열차와 (밖으로 나오는 승객이) 부딪힐 염려가 있어 일단 열차 안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했다"고 3일 밝혔다.

그러나 승객들이 안내방송을 무시하고 차량에서 벗어나려고 앞다퉈 출구를 찾아나서면서 사고 현장은 아비규환이 됐다. 승객 중 한 남성이 "세월호 때도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다가 다 죽었다"고 소리치면서 상황은 급격히 혼란스러워졌다.

일부 승객은 휴대폰으로 불빛을 만들어 지하철 차량 내부를 밝혔고, 몇몇 사람들이 수동 개폐 장치를 찾아 차량 문을 열었다. 승객들은 열린 문들을 통해 필사적으로 탈출했다. 일부 남성 승객들은 노인과 여성·어린이들을 부축해 선로를 따라 승강장으로 대피했다.

일부 승객은 "세월호 악몽이 떠올라 황급히 차량에서 빠져나왔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다", "우리 목숨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안내방송을 따를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세월호 침몰사고가 아직 수습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돌사고 지하철 승객들이 어떻게 안내방송을 믿고 따를 수 있었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아이디 ori***)은 포털사이트에 "사고 나면 승무원 말은 따르지 말아야 살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 앞으로 대형사고가 나면 승무원 말은 다들 절대 믿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글을 남겼고, 다른 네티즌(아이디 sar***)은 "대기하라면 무조건 대피할 것 같아요. 나라도 그랬을 거에요. 믿고 싶은데 믿고 말 잘들었다가 죽을까봐…"라고 썼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 사고는 세월호 참사 17일만에 발생, 승객 249명이 부상했으며 이 중 7명은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