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히 달려와 보니 7인승 해경 고무보트 1대가 오가며 아이들을 구조하고 있었습니다. 대형 상선은 접근도 못 하고요. 민간 어선이든 우리든 빨리 오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전남도 201호 어업지도선 박승기(44) 항해사는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에서 40㎞ 떨어진 해남과 진도 사이에서 불법 어업 단속을 하다 사고 소식을 듣고 40노트(시속 75㎞)로 단정을 몰아 35분 만인 오전 10시 4분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고 했다. 박씨는 자기 헬멧에 달린 캠코더의 자동 촬영 기능으로 급박했던 구조 현장을 21분 36초간 촬영했다.

"주변에 대형 상선 2척과 민간 어선 수십 척이 있었는데 가까이 오지도 못했어요. 201호는 동작이 빠른 조그만 배라 접근하기가 좀 더 쉬웠어요."

박씨는 "도착하니까 '아 보통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세월호는 이미 좌현 쪽으로 70도가량 기울었고 선미 쪽에서 8명을 끌어올린 뒤 조도면 급수선에 실어다 주고 오니까 10도가 더 기울어 거의 직각에 가까워졌다"고 했다.

이날 오전 9시 40분쯤 진도 대마도 부근에서 멸치를 잡던 피시헌터호 선장 김현호(47), 태선호 김준석(40)씨도 '맹골 근처 여객선 침몰 중. 학생 500명 승선. 긴급 구조 요청'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출동했다. 이 어선들이 세월호 주위를 돌면서 물에 빠진 학생들을 구조하는 장면도 박씨가 촬영한 영상에 담겨 있다.

박씨는 "선원들이 퇴선 명령만 제대로 내렸어도 우리가 오가며 충분히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주변에 구조할 수 있는 배가 많지 않고 탈출할 사람이 수백 명이 되는 상황에서 선원들이 자신들이 구조되지 못할까 걱정해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