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젖어 있는 가운데 태평양 건너 이역 만리 미국에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노승열(23·나이키골프)과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7·한국명 고보경)가 28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동반우승을 차지했다.

노승열은 이날 루이지애나주 애번데일의 루이지애나 TPC(파72·7341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취리히클래식 마지막 날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 생애 첫 PGA 투어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했다.

리디아 고는 약 3시간 뒤 캘리포니아주 달리 시티의 레이크 메르 세드 골프장(파72·6507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스윙잉 스커츠 LPGA 클래식(총상금 18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 프로 데뷔 후 첫 L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아마추어 시절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 우승이다. 이들이 각각 미국 중부 지역 루이지애나와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전한 우승 소식은 시름에 빠진 한국 국민들에게 커다란 위안이 돼 주었다.

대회 내내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뜻에서 노란 리본을 모자에 부착한 채 경기에 나선 노승열은 자신의 첫 우승의 기쁨보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위로를 먼저 건내 감동을 자아냈다.

노승열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느 때 같으면 오랜만에 날아든 PGA와 LPGA 투어 동반우승 소식에 박수를 보낼 터였지만 아픈 현실 속에 비교적 차분히 축하를 건네는 분위기다.

선수의 국적 기준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통상 한국(계)로 불리는 남녀 선수가 미국 무대에서 같은 날 동반우승을 일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첫 동반우승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0월 2일 '코리안 탱크' 최경주(44·SK텔레콤)가 당시 36세의 나이로 크라이슬러 클래식에서 PGA 통산 3승을 달성했다. 같은 날 'LPGA 1세대' 한희원(36·KB금융그룹)은 오피스디포 챔피언십에서 LPGA 4승을 신고했다.

그뒤 동반우승 소식은 1년 뒤 찾아왔다. 2006년 10월29일 최경주는 크라이슬러 챔피언십에서 PGA 4승째를 거뒀고, 홍진주(31)는 한국에서 LPGA 투어로 열린 코오롱·하나은행 챔피언십 정상에 섰다. 미국과 한국을 넘나드는 훈훈한 우승 소식이었다.

이후 동반우승은 2년 뒤 나왔다.

LPGA 투어를 점령한 여자 선수와 달리 남자 선수들의 활약이 뒷받침되지 않았고, PGA와 LPGA 투어 스케줄이 서로 달라 동반우승을 달성하기가 어려웠다.

또다른 동반우승의 테이프는 재미동포 앤서니 김(29·한국명 김하진)과 이선화(28·한화골프단)가 끊었다. 노승열-리디아 고와 닮은 꼴 우승이다. 앤서니 김의 국적이 미국이었고 이선화가 한국인이었다는 것이 다르다.

앤서니 김은 2008년 7월6일 AT&T 내셔널에서 PGA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신고했고, 이선화는 같은 날 뷰티 NW 아칸소챔피업십에서 통산 4승을 거머쥐었다.

'바람의 아들' 양용은(42·KB금융그룹)과 '골프 여제' 신지애(26)가 뒤를 이었다. 양용은은 2009년 5월8일 혼다클래식에서 생애 첫 승을 달성했고, 신지애는 같은 날 HSBC 위민스챔피언스에서 4승을 일궜다.

이후 3년 뒤인 2012년 2월26일 재미동포 존 허(24·허찬수)가 마야코바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동반우승을 노렸지만 무위에 그친 바 있다. 같은 날 경기를 펼치던 최나연(27·SK텔레콤)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최종일 준우승에 머물러 동반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노승열과 리디아 고가 희소식을 만들었다.

각각 스물 세 살과 열 일곱에 나이에 불과한 이들이 써낼 동반우승 기록에 더욱 많은 관심이 쏠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