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실질적 2인자'로 부상한 최룡해 군 총 정치국장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향후 어느 시점에 숙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미국에서 제기됐다.

북한 전문가인 데니스 핼핀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연구원은 24일(현지시각) 외교안보전문지(誌)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항일(抗日) 투쟁 활동을 주도한 최현의 아들인 최룡해가 '주체 왕관'의 정통 계승자가 되는게 마땅해보인다"며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최룡해의 부친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이 항일 투쟁 당시 김일성의 선배로서 오점 없는 혁명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핼핀 연구원은 "북한 정권의 정통성은 항일 투쟁 활동에서 나오는데, 김일성보다 더 확실한 투쟁을 한 게 최현이고, 북한이 상징적으로 자랑하는 보천보 전투 때도 최현이 주도한 것으로 돼 있다"며 "역으로 이런 사실이 김정은을 자극해 최룡해를 숙청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핼핀 연구원은 이와 관련, "북한은 김일성이 1937년 6월4일 보천보 전투 당시 게릴라 군을 주도했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2일자 영국 데일리 메일이 1937년 6월7일자 일본 아사히신문 기사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최현이 전투를 주도한 것으로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아사히 신문은 '공산주의 마적 최현이 주도하는 100여명 이상의 군이 보천보를 공격했다'고 보도했었다는 것이다.

그는 "데일리 메일의 보도는 1937년 보천보전투의 지도자가 김일성이 아니라 최현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결국 북한 김씨 일족의 '백두혈통'은 크게 조작된 것으로 보이며, 만주지역과 한반도 국경지역에서 일제에 대항한 투쟁을 지휘한 핵심 인물은 김일성이 아닌 최현으로 보는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핼핀 연구원은 이런 배경을 근거로 "(항일 투쟁 활동을 김일성이 아니라 최현이 주도했다는) 새로운 증거는 평양내 계급구조를 흔들고, 김정은으로 하여금 결국 최현의 아들 최룡해를 숙청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최룡해가 지난해 5월 김정은 특사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를 접견했을 당시 중국 언론은 최룡해의 방중 동향을 광범위하게 보도했었다"며 "김정은은 아직 중국으로 부터 초청받지 못한 상태에서 김정은보다 더 뛰어난 행적을 보인 것은 북한의 처형역사로 볼 때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핼핀 연구원은 "최룡해가 올해초 몇 주간 대중 앞에 등장하지 않았을 때 숙청당했다는 루머가 나돌았지만 결국 다시 돌아왔고, 지난 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승진했다"며 "하지만 장성택 처형에서 보듯이 김정은의 궁정에서 누구도 완전히 안전할 수는 없으며 아버지 최현이 김일성보다 뛰어났다는 새로운 사실에 최룡해는 불안을 느낄 것"이라고 관측했다.

따라서 "최룡해는 위기의 순간이 오기 전에 일정 시점에 광범위한 군 인맥들에게 지원을 요청해야 할지 결단을 내려야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