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수년째 '시한폭탄' 광역버스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본지가 이를 취재하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경기도, 주요 버스 업체 관계자들이 23일 오전 부랴부랴 대책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마땅한 해결책을 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24일 추가로 버스 업계의 의견을 들어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당장 입석 운행을 금지하는 것은 출퇴근 승객들의 불편이 너무 커 일단은 안전 운행에 더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회의를 소집하자 일부 버스 업체는 이날 아침부터 입석 승객을 태우지 않았고 그 바람에 수도권 곳곳에서 버스 기사와 출근길 승객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고속도로를 달리는 광역 버스는 좌석 수만큼만 승객을 태워야 하고 승객은 모두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승객들 반발 때문에 입석 승객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버스들을 단속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경찰은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입석 버스를 단속한 적이 있는데 승객과 버스업체들의 반발이 심해 번번이 포기했다.

입석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면 대형 사고 위험이 있다는 데는 다들 공감하면서도 이 문제가 지금껏 논란이 되는 것은 서울시와 경기도, 국토부, 경찰, 버스 회사가 서로 '핑퐁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 얘기도 나온다.

경기도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버스 운행 횟수를 늘려야 하는데 서울시가 반대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시내 교통이 더 혼잡해질 수 있어 증차(增車)를 허락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기도의 문제는 경기도가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버스가 늘면 자가용 운행이 줄어 오히려 교통난이 풀릴 텐데도, 서울시는 서울의 버스 회사들을 보호하려고 증차를 막는다"고 주장했다.

버스업계는 경영난을 내세우며 증차에 소극적이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황병태 안전지도부장은 "출퇴근 시간에만 꽉꽉 찰 뿐 낮 시간에는 텅 비어 가는 경우가 많다"며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어 버스 대수를 늘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국운수산업연구원 조규석 연구위원은 "버스 한 대를 운영하려면 하루에 65만원 정도 벌어야 하는데 출퇴근 시간 승객만으로는 이를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통 전문가들은 "문제의 본질은 서울시와 경기도의 이권 다툼에 있다"며 "정부가 나서 미국이나 일본처럼 수도권을 하나의 교통 체계로 묶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