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구속된 세월호 2등 항해사 김모씨는 '사고 당시 선원들은 구명정을 만지거나 조작을 시도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하려고 했지만 그쪽으로 가기가 힘들었다. 시도는 다 했다. 미끄러져서 갈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선장과 다른 선원들도 그동안 "배가 많이 기울어 몸조차 가누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오전 9시 37분쯤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목포해경의 구조 장면 사진을 보면 이런 선원들의 설명이 거짓말임을 알 수 있다.

해경이 22일 공개한 사진을 보면 구조대원 한 명(점선 안)이 세월호에 오르자마자 난간 옆에 비치된 구명정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위 사진〉이 보인다. 대원은 10여m 거리에 있는 뒤쪽 구명정부터 띄우려고 시도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원이 10번째 구명정을 살펴볼 무렵, '출입통제'라고 적힌 조타실 왼쪽 출입문에서 선원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튀어나왔다. 푸른색 작업복을 입은 그는 조타실 출입문과 5m 정도 거리에 있는 구조선에 올랐다. 이어 붉은 조끼를 입은 선원이 구조선에 올랐다〈가운데 사진〉. "몸조차 가눌 수 없었다"던 변명과 달리 움직임이 가벼워 보인다.

구조대원은 구명정 12개를 일일이 다 만져봤으나 작동에 실패하고 13번째 구명정을 발로 차는 등 안간힘을 쓴 끝에 두 개를 고정 장치에서 분리해 바다에 띄웠다〈아래 사진〉. 하지만 이 구명정도 제대로 펴지지 않아 돌돌 말린 채 물 위를 둥둥 떠다녔다.

구조선이 도착했던 그 순간 세월호의 넓은 옥상과 갑판, 난간 어디에도 승객은 보이지 않았다. 선장이 퇴선 명령을 해서 그 자리에 단원고 학생들이 나와 있었다면 최소한 수십 명 이상의 생명을 더 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는 "배에 익숙한 선원이라면 누구든 선실에 가서 퇴선 명령을 전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당시 이들 머릿속에 승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