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히틀러 생일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3시(현지 시각) 오스트리아와 독일 사이 국경 마을 브라우나우암인. 오스트리아 전역에서 모인 시민 600여명이 '극우 폭력에 함께 맞서자'고 쓰인 빨간 현수막을 들고 걷기 시작했다. 이들이 마을 외곽의 작은 집 앞에 멈춰 섰다. 125년 전 히틀러가 태어나 세 살까지 살았던 곳이다.

브라우나우암인은 수십년 동안 네오나치의 '성지(聖地)'로 꼽혔다. 나치 추종 세력이 찾아와 꽃을 바치고, '우리는 갈색(나치의 상징색)으로 남을 것' '잘 자라 좌파' 등이 적힌 스티커를 붙였다. 이에 현지 주민들은 1980년대부터 '반(反) 극우주의' 운동에 나섰다. '우리에게도 나치의 죄를 알릴 책임이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히틀러 탄생 100년이었던 1989년 나치 희생자 추모비를 만든 이후 해마다 극우주의 반대 세미나를 열기 시작했다. 10년 전부터는 시민단체들도 합류, 매년 4월 20일 히틀러 생일 즈음해 마을에서 가두 시위를 벌이고 있다.

히틀러 생일을 하루 앞둔 19일(현지 시각) 히틀러 생가가 있는 오스트리아 브라우나우암인에서 반(反)나치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극우 폭력에 함께 맞서자’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나치 없는 아름다운 삶'이라는 구호 아래 열린 올해 행사에는 오스트리아, 독일 등 시민단체 48개가 참석했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수감됐던 에스더 베하라노(90)씨도 이곳을 찾았다.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네오나치의 공격에 대비해 경찰들도 함께 행진에 나섰다. 행사를 주최한 아스트리드 하인츠씨는 히틀러 생가(生家) 앞 나치 희생자 추모비를 가리키며 "이 비석이 '책임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우리에게 당부하고 있습니다. 나치 추종자들의 만행을 묵인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외쳤다. 추모비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평화,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자 수백만 명이 경고한다. 다시 파시즘이 일어나는 일이 절대 없기를.'

나치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독일은 나치를 인정하거나 찬양하는 행위를 형법으로 엄격히 금지한다. 민주사회의 질서를 깨뜨리거나 나치 희생자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표현의 자유'는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집회 등에서 나치를 승인, 찬양하면 최대 징역 3년이 선고된다. 대표적 만행 '인종 학살'을 부인하면 최대 5년간 감옥살이를 할 수 있다. 나치의 상징 '하켄크로이츠(Hakenkreuz·갈고리 모양 십자가)' 등을 사용해도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