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명 승객을 두고 먼저 나간 선장과 승무원들. 각자의 임무조차 다하지 않는 무법 사회가 빚어낸 참화입니다."

"기득권 세력이나 권력에 줄이나 대고, 노력하지 않고 이익을 취하려는 사회를 지켜보기 안타깝네요. 꽃다운 젊은이들이 어른들 잘못으로 속절없이 목숨을 잃고, 또 살아난 사람들도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을 겁니다. 사회가 이 꼴이라면 우리는 대체 무엇 때문에 애써 살아온 걸까요. 이제라도 저희 역할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국내 5대 법무법인인 '세종'을 만들고, 대한변호사협회장(46대)을 지낸 법조계 원로인 신영무(70) 변호사가 고희(古稀)에 시민단체를 만들기로 한 이유다. 그가 오는 24일 '바른사회운동연합'을 창립하며 상임대표를 맡는다. 김유성(74) 세명대 총장, 이승훈(69) 녹색성장위원장, 박종화(69) 경동교회 목사가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이수성(75)·이홍구(80) 전 국무총리가 고문, 이강국(69) 전 헌법재판소 소장 등이 자문위원이다.

신 변호사는 "퇴행에서 벗어나려면 바로 지금, 강력한 사회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내세운 게 '반부패'와 '법치주의'다. 그는 "우리 사회는 일한 만큼 보상받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정의로운 법치 확립이 절실한데, 법치는 '깨끗한 정부'를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부수입(뇌물)에 대한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공직자 청렴을 강조한 '김영란법'을 넘어 싱가포르와 같은 투명사회를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사회 각 분야 부패도를 평가하는 '법치 지수'를 개발해 매년 발표할 예정이다. 공무원 수를 줄이되 처우를 대폭 개선해주는 정책도 제안할 예정이다.

'좋은 법 만들기, 나쁜 법 고치기' 운동도 펼친다. 신 변호사는 "여러모로 유익한 필리핀·인도네시아 출신 돌보미는 규제 때문에 부를 수 없고, 조선족은 월 200만원을 줘도 구하기 힘들다"며 "쓸데없는 규제와 나쁜 법은 폐지하고 좋은 법은 자꾸 만들자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원 특권 줄이기에도 나선다. 그는 "생색내기 수준인 데다가 조삼모사 일쑤인 정치권뿐 아니라, 지도층의 각종 특권을 내려놓자는 운동"이라고 했다.

생활 속 개혁 운동도 관심사라고 한다. "음식점에서 다른 손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뛰노는 아이들, 그걸 방치하는 부모들 있잖아요. 나와 내 자식만 아는 생각부터 바꾸자, 이런 문제도 사회운동 차원에서 풀어볼 생각입니다." 그는 기업의 대규모 후원은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반인 소액 기부자들의 값진 후원금이 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