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부터 법안을 단 한 건도 통과시키지 않고 있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특히 방송사와 종사자 측이 동수(同數)의 편성위원회를 구성토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새정치민주연합이 다른 법안과 연계시키면서 미방위의 마비(痲痺) 사태는 아무런 대책 없이 장기화하고 있다. 민생 법안 300여건이 묶여 있지만 여야(與野)는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만을 앞세운 채 마냥 손을 놓고 있다.

손 놓은 위원장, 대책 없는 여당 간사

새누리당 소속인 한선교 미방위원장은 팔짱만 끼고 있다. 한 위원장 측은 "미방위 소속 의원이 여야 동수(同數)인 상황에서 위원장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상임위원장으로서 여야 의원들을 설득해 내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기본적인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미방위의 한 관계자는 "상임위원장이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리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한 위원장의 역할이 너무 미미하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KBS의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과 관련해 2012년 미방위원장 취임 때부터 야당 측의 반발을 샀다. 당시 야당은 한 위원장의 사퇴를 주장했었다. 이후 한 위원장과 야당의 관계가 껄끄러워졌고, 이 때문에 상임위 운영에서 여야 간 중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왼쪽부터)한선교 위원장, 조해진 여당 간사, 유승희 야당 간사.

새누리당 간사인 조해진 의원에 대해서도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조 의원은 제대로 된 사전 검토 없이 위헌 요소가 있는 방송법 개정안의 처리를 합의해주면서 미방위 마비 사태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조 의원은 "미방위가 여야 동수인 데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이 응하지 않으면 여당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야당에선 유승희 간사가 가장 강경파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방위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는 최근 방송법 개정안과 민생 법안 연계 방침을 풀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민생 법안 발목 잡는 야당'이라는 여권의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방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유승희 의원이 이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여당과의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야당이 발의한 50여개 법안이라도 먼저 처리하자"는 여당 측 제의에 대해서도 손사래를 쳤다.

새정치연합 미방위 소속 한 의원은 "4월 국회에서 미방위에 계류된 민생 법안들을 털어버리지 않으면 지방선거 과정에서 당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며 "여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좀 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방송법 개정안에서 민영방송에도 사측과 종사자 측 동수 편성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조항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굳이 처벌 규정까지 고집해서 협상을 어렵게 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새정치연합 미방위에는 정책위의장(장병완), 사무총장(노웅래), 전략홍보본부장(최재천), 전략기획위원장(최원식) 등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들이 포진해 있으며, 이들이 당무에 바쁘기 때문에 상임위 업무와 관련해서는 간사인 유 의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