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이 15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이 있는 메디컬 복합단지 내에 암병원〈사진〉을 새로 열고 진료를 시작했다. 지상 15층, 지하 7층으로 510병상 규모다. 웬만한 종합병원 하나가 새로 생긴 셈이다. 이전에는 암센터 형태로 세브란스병원에 섞여 있었으나, 이번에 독립 건물을 새로 지으며 확장했고, 이름도 암병원으로 승격했다.

이로써 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등이 포함된 이른바 서울의 빅(big)5 병원이 대규모 암병원·암센터 체제를 갖추게 됐다. 고려대구로병원도 지난주 140여 병상 암병원을 새로 열었고, 국립암센터는 올해 220병상 증축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대형 병원들의 암 환자 치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유명 대학 병원 입원 환자의 약 40%가 암 환자이며, 2012년 한 해 새로 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24만여명이다.

암 환자 통합 케어 시스템 도입

국내에서 대형 병원이 새로 등장할 때마다 미래의 진료 시스템이나 의료 문화에 대한 흐름을 볼 수 있다. 연세대 암병원이 내세운 대표 프로그램은 암 환자 통합 케어다.

우선 암 생존자 통합 관리가 눈에 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암 환자가 128만여명에 이르는 상황을 감안해 이들을 대상으로 암 치료 후 재발을 막고, 전이를 줄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아울러 암병원은 가족 중 동일한 암을 앓는 환자가 생길 가능성이 큰 경우, 암을 조기에 찾아내는 암 예방 센터를 운영한다.

암 전문 의료진이 상주하면서 암 환자와 그 가족에게 암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방우영 암지식정보센터'도 이날 문 열었다. 이철 의료원장은 "연세대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암병원 건립을 이끌었고, 암 연구비 3억여원을 기부한 방우영 연세대총동문회 명예회장의 공로를 기념하는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암병원 건립에는 2530억원이 들었으며, 이 중에는 1930명이 기부한 430억원이 포함됐다. 암병원 곳곳에는 기부자 이름을 새긴 시설이나 장소가 마련됐다.

암 환자 중심 치료 체계 운영

암병원은 대장암·폐암·위암·유방암 등 한국인에게 흔히 발생하는 8개 암에 대해 외과·종양내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 등 분야별 전문 의사로 구성된 베스트(best) 닥터팀을 운영한다. 또한 의사 49명, 진료 코디네이터 17명 등 총 66명으로 구성된 굿(good) 닥터팀은 환자와 가족에게 24시간 전화, 이메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방이나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는 암 환자나 해당 의료진이 암 치료와 관련한 조언을 구하면, 암병원 전문 의료진이 실비로 답해주는 '암 치료 2차 의견(second opinion)' 제공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2차 의견 제공은 선진국 암센터에서는 보편화한 프로그램이다.

암 치료 후유증이나 통증 치료를 전담하는 급성 완화 의료 서비스도 가동된다. 종양의 움직임을 추적해 방사선을 쪼이는 로보틱 IMRT(세기 조절 방사선 치료기)를 아시아 최초로 들여왔으며, 1000억원대의 양성자 치료기도 2년 내 도입한다.

노성훈(외과 교수) 암병원장은 "암 환자가 병원에 와서 의료진으로부터 관심과 위로를 받는 문화를 만들겠다"며 "상황별로 최적 치료와 통합 관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