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에 분노를 느낍니다.”

국제 미인 대회 우승자 출신인 일본 여성이 미국의 라디오 방송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사죄를 거부하는 일본 우익들의 발언에 대해 “부끄럽고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가 일부 일본인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2012년 미스인터내셔널 1위를 차지했던 일본의 요시마쓰 이쿠미(吉松育美)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국 CBS라디오 ‘로빈 모건의 생방송 여성미디어센터(Women's Media Center Live with Robin Morgan)’에 출연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페미니스트인 모건과 영어로 대화했다.

지난해 말 “연예기획사 임원에게 스토킹을 당했다”고 주장해 화제가 됐던 요시마쓰는 자신이 참여하는 ‘스토커 제로 캠페인’에 대해 얘기하던 중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씨가 협력하고 있다고 얘기를 꺼냈다.

이에 모건은 아베 총리가 이른바 ‘종군위안부’에 대해 사과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부인 아키에씨의 움직임 때문이냐며 ‘성노예(sexual slaves)’라는 단어를 사용해 질문했다.

이에 요시마쓰는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의 우익(Japanese right wing) 중에는 ‘위안부는 매춘부이기 때문에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살아 있는 위안부의 증언을 들으면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며 “일본인으로서 이런(사죄가 필요 없다는) 발언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사죄하는 것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일본 네티즌은 요시마쓰를 맹비난했다. 방송 내용을 일본어로 번역한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자 요시마쓰의 페이스북에는 “교양이 없다면 미묘한 국제적 정치문제를 얘기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발언에 따라 당신은 그냥 ‘무식한 미인’으로 세상에 알려질 것”이라는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요시마쓰는 논란이 커지자 지난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사죄의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최근 CBS라디오 방송내용이 일부 번역 문제로 오해와 혼란을 초래한 점에 대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번역을 작성한 분이 영어와 일본어라는 다른 언어를 잘 전달해야 했지만 단어와 뉘앙스의 차이 때문에 오해를 초래할만한 표현이 된 것에 대해 저도 사과한다”고 말했다.

요시마쓰는 그러면서 “100명이면 100가지 의견과 생각이 있고, 그것을 표현하고 발언할 자유는 100명 모두가 가지고 있다”며 “여러 의견을 비판하거나 부정할 생각도, 내 의견을 강요할 생각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요시마쓰는 7일에도 페이스북에 사과글을 올리면서 “나는 여성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며 “위안부라는 여성의 삶, 또 그러한 상황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던 여성이 있다는 것을  슬프게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요시마쓰의 페이스북에는 “영어 때문이라는 것은 미스 인터내셔널 당신의 변명에 불과하다” “발언 자체를 철회하지는 않았다. 철회한다고 발언해야 한다” 등 비난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