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구와 맞먹는 나무 5000만 그루가 민둥산을 메웠다. 회색 콘크리트로 뒤덮였던 학교 735곳엔 녹색 정원(87만㎡)이 생겼고, 나무를 심기 위해 매년 산을 찾은 신혼부부가 총 1만8000여명이나 됐다. 그리고 이런 활동들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1984년 시작된 유한킴벌리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30년을 맞았다. 메말랐던 땅이 촉촉해지는 사이, 유한킴벌리는 환경 친화적이고 신뢰받는 기업 중 한 곳이 됐다. 지난해 산업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총 5328명의 응답자 중 93.1%가 유한킴벌리를 '신뢰받는 기업'으로 꼽았으며, 87.8%의 응답자는 '사회적 책임을 잘 실천하는 기업'이라고 답했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 30주년을 맞아 정부, 전문가, 파트너 단체,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말하는 캠페인의 의미를 조명해봤다.

편집자

유한킴벌리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 30년을 돌아보는 사진들(왼쪽부터 연도순대로). 1988년 캠페인 광고, 1995년 경기도 안성에서 진행된 신혼부부 나무 심기 캠페인 현장, 2014년 신혼부부 나무 심기 캠페인 현장, 2014년 TV캠페인 광고

1. 김소연(42)씨(나무심기 행사 2회 참여)

"2001년 신혼부부 나무심기에 참여했고, 올해 초등학생 쌍둥이 아이들과 함께 다시 참가했다. 첫 참가 땐 친구 부부들이 많이 부러워했다. 경쟁률이 꽤 셌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현장에서 안내하는 스태프들이 매우 숙련돼 있어서 매끄럽게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이번에는 아이들의 요구가 컸다. 다녀와서는 그림일기도 쓰고, '나무 심었다'고 자랑도 하면서 정말 좋아하더라. 이런 활동이 확실히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 같다. 새 제품이 나오면 일단 눈길이 간다. 요즘 고객들은 세뇌당하기 싫어해서 TV 광고도 취사선택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유한킴벌리의 캠페인 광고는 아주 오랫동안 봐왔고, 늘 한결같다는 느낌이 강해서 아주 조금씩 깊숙이 스며든 느낌이다."

2. 김인호 신구대 조경학과 교수

"유한킴벌리가 1995년부터 시작한 '학교숲 조성사업'은 숲만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전국 권역별로 '학교숲 지원팀'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사후관리까지 신경 쓴 사업이었다. 유한킴벌리는 '숲 조성'의 경험을 책이나 사례집으로 엮어 이를 대외적으로 공유했다. 학교에 숲을 만드는 활동이 국가의 정책사업화되고, '학교 공원화사업'(서울시), '학교숲 조성사업'(경기도) 등 지자체로 퍼져나간 것도 그들의 영향이다. 그 결과 전국 3000여개교에 숲이 만들어졌다."

3.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

"유한킴벌리에선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걸 만들고 젊은 사람들을 불러 환경의 가치와 비전을 나누곤 했다. 작년에도 5번이나 참여했다. 당시 여러 일화를 공유하며 '정말 순수하게 나무 심는 것에 집중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에는 환경 쪽 공헌활동을 하는 기업이 많다. 한화도 태양광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현대차, 도요타, BMW 같은 자동차 업계는 탄소 중립 제품을 강조하는 동시에 '나무심기'도 한다. KB, 신한 같은 금융업계도 강원도 등에서 '탄소 중립의 숲'을 만들었다. 유한킴벌리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나무를 심는 우리 회사도 유한킴벌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4. 신강균 한세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1983년 광고대행사 '오리콤'에서 근무할 때 기업들에 공익 이미지 광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많이 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기업이 자사의 제품을 광고하기 바빴다. 처음으로 뜻이 맞았던 곳이 유한킴벌리였다. 이를 통해 환경 메시지를 전달하는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 광고가 탄생했다."(유한킴벌리의 환경 캠페인 광고는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35차례나 받았다.)

5. 신원섭 산림청 청장

"우리나라 전체 산림에서 나오는 나무, 정수기능, 대기정화 등의 공익적 가치는 109조원에 달한다. 국민 한 명당 연간 216만원씩 돌아가는 금액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업의 사회공헌 참여는 미미했고, 참여 기업이 있어도 일회성 행사에 그쳤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30년에 걸친 유한킴벌리의 활동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지속적인 캠페인 활동으로, 국민이 산림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6. 이강오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

"숲 조성 활동을 하면서 70여 기업과 함께했다. 2003년 '서울숲'(서울 성동구 성수동) 조성사업에 함께 참여했던 유한킴벌리는 많이 달랐다. 단순한 후원자 이상의 역할을 했고, 다른 기업에 비해 전문성도 있었다. 특히 NGO가 갖고 있는 한계를 찾아서 보충해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케팅이나 홍보 부분의 임직원들이 참여해 재능을 기부하기도 하고, 당시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풀무원' 등 소비재를 다루는 기업들의 후원을 끌어내기도 했다. 사실 NGO가 기업을 설득하긴 쉽지 않은데, 기업이 직접 움직여주면서 많은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7. 이세중 '평화의 숲' 이사장

"평화의 숲은 북한의 산림을 민간 차원에서 복구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인데, 유한킴벌리와는 2003년 금강산에서 '신혼부부 나무심기'를 하면서부터 연을 맺었다. 유한킴벌리의 활동은 미래 세대를 위한다는 점에서 뜻깊다. 녹지화는 물론, '아카시아' 나무같이 이용가치가 떨어지는 수종을 '잣나무' 등 미래 경제성이 있는 수종으로 바꿔나간다는 차원에서도 그렇다. 특히 신혼부부들을 참여시켜, 자연의 중요성과 사람의 존엄성을 함께 일깨워 준다는 면에서 귀한 활동이라고 본다."

8. 장설기(28)씨(여고생 캠프, 신혼부부 나무심기 참여)

"고등학생 때 유한킴벌리가 주최하는 '여성환경리더 캠프' 참여했다. 원래 남들이 켜고 다닌 불을 끄러 다닐 정도로 환경에 관심이 컸다. 10대 1의 경쟁률 뚫고 캠프에 참가했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우리 동네 하천 물을 가져가서 오염도를 체크하기도 했고, 숲 속에서 듣는 소리를 그림으로 그려보는 체험도 했다. 전문가들에게 나무 나이테를 보고 수명을 추정하는 것을 배우기도 했다. 이후에는 더 적극적으로 환경을 생각하게 됐다. 지금도 장바구니를 쓰고, 제품의 '탄소표지'를 확인하는 등 생활 속에서 친환경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얼마 전에는 신혼부부가 되어 나무심기에 참여 했다. 대학 때부터 마음먹었던 일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기업의 의지를 가까이서 느끼니, 당연히 호감도가 커진다. 제품에 대한 믿음이 더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