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27일 군수(軍需) 혁신 종합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군수품 보급 단계를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고, 더 많은 업체가 군수품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방 물자 규격을 100% 공개한다는 내용이다. 국방부는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의 경영 진단을 받아 이 계획을 만들었다. 예비역 영국군 장성 출신 맥킨지 전문가는 우리 군을 진단한 뒤 "이런 상태로 어떻게 전쟁을 치르려고 하느냐"고 한탄했다고 한다.

군수는 전쟁이 났을 때 탄약·무기·식량 같은 필수 물자들을 필요한 전장(戰場)에 제때 조달해주는 기능을 한다. 이것이 고장 나면 전쟁은 해볼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번 자체 조사에서 우리 부대들이 해외에서 필요한 무기 부품을 들여오는 데 평균 378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품이 도착하기 전 1년여 동안은 해당 무기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어떤 부품은 단종됐다는 이유로 많게는 정상 가격보다 100배나 더 비싸게 사야만 하는 사례도 드러났다. 미사일처럼 가격이 비싼 일부 탄약은 전시(戰時) 비축량이 사흘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가 외국 민간 회사의 진단까지 받아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 건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혁신안이 효과를 보려면 끊이지 않는 군수 조달 비리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얼마 전 지난 7년간 납품된 헬기, 전차, 장갑차, 함정 등 군수품의 공인 시험 성적서를 검증한 결과 241개 업체의 2749건이 위·변조된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군이 '명품(名品)'이라고 자랑해온 K2 흑표 전차와 한국형 헬기 수리온(KUH-1)의 부품 평가서까지 위·변조 리스트에 들어 있었다. 군 수뇌부가 예산 배정이나 진급 인사에서 군수 분야를 찬밥 취급하고, 무기 도입 담당 장교들이 전역하고 난 뒤 군수 관련 업체에 취직해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군대판 전관예우를 방치한 게 근본 원인이다. 국방부는 이 고질병을 함께 뿌리 뽑지 않으면 비싼 컨설팅 예산을 지출하며 '군수 혁신'을 백 번 해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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