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여객기(MH370)가 남인도양에서 추락한 것으로 말레이시아 정부가 24일 공식 발표함에 따라 미궁에 빠졌던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추락 추정지점을 제외하고 실종기가 어떤 경위로 수천㎞를 비행해 망망대해에 추락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어떻게 남(南)인도양까지 갔나

잔해 추정 물체가 발견된 남인도양은 말레이시아군이 레이더를 통해 실종기를 마지막으로 확인한 지점에서 약 7000㎞ 떨어진 곳이다. 항공기 연료 수준과 평균 운항속도(약 905㎞)를 감안하면 연료가 바닥날 때까지 비행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종기가 어떤 상황에서 남인도양으로 향했는지는 알 수 없다. 테러범의 협박을 받은 조종사들이 항거 불능 상태에서 항공기를 조종했거나 이들이 고의로 항로를 바꿨을 가능성이 모두 있다. 현재로선 정확한 비행경로와 조종실 내 대화 등을 파악하기 위해 블랙박스를 조사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하지만 CNN은 실종기의 블랙박스 수색을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에 비유했다. 심해(深海)에 빠진 블랙박스를 찾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MH370)가 남인도양에 추락했다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공식 발표에, 중국 실종자 가족들이 25일 베이징의 주중(駐中) 말레이시아 대사관으로 행진하며 가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승객과 승무원 239명 가운데 중국계가 154명이었다.

왜 추락했나

실종기가 추락한 이유도 뚜렷하지 않다. 테러범이 실종기를 납치한 상태였다면 굳이 먼바다까지 몰고가 추락시켰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전에 발생한 항공기 테러 사건은 대부분 납치 후 공중폭발이었다. 항공기가 무사히 착륙한 경우에도 테러를 주도한 단체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알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움직임이 없다. 사고의 원인을 조종사가 연루된 기행(奇行)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번 사고를 담당하고 있는 영국 조사관을 인용해 "사고 여객기의 인도양 추락은 명백한 자살 비행"이라고 보도했다.

누구 소행인가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여객기 실종사건이 "고의적인 행동의 결과물"이라고 발표해 납치 가능성에 무게감을 실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위조 여권을 들고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 2명을 조사하고 아흐마드 샤(53) 기장과 파리크 압둘 하미드(27) 부기장 자택을 수색하는 등 탑승자 전원을 대상으로 '용의자' 색출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했다. 제3의 인물에 의한 테러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조직에 기대지 않고 혼자 계획하고 단독으로 실행하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lone wolf terror)'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