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어린 시절 한 번쯤 놀이 삼아서 만들어 보는 것이 긴 직사각형 모양의 종이를 180도 꼬아서 연결한 '뫼비우스의 띠'다. 이 띠는 독일의 수학자 뫼비우스(1790~1868)가 창안한 것으로 독특한 성질을 갖는다. 일반적인 고리 모양의 띠에 선(線)을 그으면 안이나 바깥에만 머문다. 하지만 뫼비우스의 띠는 안팎의 구분이 없기에 띠를 따라 선을 그으면 안과 밖 모두에 선이 생기면서 출발한 자리로 되돌아온다. 이런 특성 때문에 뫼비우스의 띠는 조세희의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첫 번째 제목으로 등장하여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다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중층적(重層的) 은유로 사용되기도 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시간선택제 교사는 전일제(全日制) 교사와 마찬가지로 수업·생활지도·상담 업무를 맡되 일주일에 2~3일만 근무하고 시간에 비례해서 보수를 받는다. 시간선택제 교사는 전일제와 동일하게 신분을 보장받는 정규직이지만 근로시간에서는 파트타임이기에 안과 밖이 혼재된 뫼비우스의 띠와 유사하다.

교육부는 이달 초에 시간선택제 교사 제도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법령을 입법예고했는데, 이에 대한 교육계의 저항이 거세다. 반대 의견의 요지는 학생과의 지속적인 교감과 유기적인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교사에게 시간선택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연속성과 현장성이 중시되는 교직의 특수성을 간과한 채 노동경제적 접근에 의해 신종 교사를 고안했다는 비판이다. 또한 이를 신호탄으로 신규 교사도 시간선택제로 선발하고 궁극적으로는 교직을 시간선택제로 몰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런데 교육부의 추진안에 따르면 현직 교사 중에서 시간선택제로의 전환 신청을 받게 되므로 초기에는 다소간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겠지만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이벤트성 꼼수 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실 교사가 생애 주기에 따라 육아·학업·가족 간병 등 단축 근무가 필요할 때 3년 이내에서 시간선택제로 전환하는 것은 꽤 매력적인 제도다. 단 이 제도의 안착(安着)을 위해서는 몇 가지가 전제돼야 한다.

독일 수학자 아우구스트 페르디난트 뫼비우스가 창안한 '뫼비우스의 띠'.

첫째, 앞으로도 시간선택제 신규 교사 채용은 배제하고 현직 교사 내의 전환에 국한해야 한다. 또 시간선택제인 두 명의 담임교사가 협력적인 관계하에 상보적(相補的)으로 학생을 보살필 것이라는 예측은 순진하고 비현실적이다. 학교 폭력 대책으로 시도된 복수담임제가 현장에 착근하지 못한 전례에 비춰볼 때 시간선택제는 원칙적으로 비(非)담임에 한정해야 한다.

둘째, 시간선택제 도입으로 인해 전일제 교사의 업무가 가중될 수 있으므로 행정 업무 경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실시돼 호평을 받은 교무행정사 확충도 방안의 하나다. 국회의원과 시도 교육위원들의 조사 요청을 적정 수준으로 통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국정감사 때가 되면 별의별 자료까지 다 조사·제출하라는 독촉에 학교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의정 활동을 위한 경우도 있겠지만 포퓰리즘적으로 터뜨려 한 건 하려는 자료 수집도 적지 않다는 면에서 조사 요청 종량제를 고려할 만하다.

다시 뫼비우스의 띠로 돌아가서 띠에 그은 선을 따라 가위로 오려 보자. 뫼비우스의 띠가 두 조각이 날 것이라고 예상하겠지만 하나로 연결된 긴 고리가 된다. 이런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간선택제 도입이 좀 더 많은 교사가 일자리를 나누고 필요한 시기에 유연한 근무 형태를 선택해 몰입도를 높이는 묘수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