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총원(總員) 대잠(對潛) 전투배치!"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 2함대사령부에서 북서쪽으로 수십㎞ 떨어진 서해상. 해군 신형 호위함 1번함인 인천함 함장 양철성(해사 49기) 중령이 우렁찬 목소리로 비상을 걸었다. 북한 잠수함정으로 추정되는 이상 물체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120여명의 승조원은 방탄 헬멧과 구명조끼, 방독면 등을 착용하고 지정된 위치로 신속하게 움직였다. 인천함은 2010년 3월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爆沈)된 천안함과 같은 구형(舊型) 초계함·호위함을 대체하기 위한 최신예 함정이다. 지난해 7월 2함대에 실전 배치됐으며, 이날 처음으로 본지 기자에게 동승 취재가 허용됐다. 인천함이란 명칭은 서해 NLL(북방한계선) 수호와 서북도서 방어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2함대 장병 출항 전 '출전 결의식'

전투배치된 승조원들은 주먹을 쥐고 "필승함대 2함대, 싸우면 박살 낸다. 일전(一戰)을 승리로!"를 외쳤다. 인천함 앞부분 아래쪽에 달려 있는 SQS-240 선체고정형 소나(음파 탐지기)가 북한 잠수함정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 이 소나는 프랑스제 최신형 소나를 개량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것이다. 소나가 북 잠수함정(가상)의 위치를 확인하자 이내 국산 경(輕)어뢰 '청상어' 발사 지시가 떨어졌다. 인천함에서 발사된 2발의 청상어는 수㎞ 떨어진 목표물을 격침시켰다.

천안함 폭침 4주년을 앞둔 지난 17일 해군 신형 호위함인 인천함 승조원들이 평택 2함대의 제2연평해전 전적비를 참배하며 출항 직전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인천함 승조원들에게 천안함 폭침 사건은 4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상사급 등 간부 중엔 천안함 사건 때 가까운 동료를 잃었던 사람들이 남아 있다. 미사일을 담당하고 있는 하만호(37) 상사는 "동기생이 천안함 사건 때 전사했다"며 "제2의 천안함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야겠지만 만약 발생한다면 적을 반드시 수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함 승조원들은 이날 오전 출항 직전 경기도 평택 2함대에 전시된 천안함 선체를 참배하고 '출전(出戰) 결의식'을 가졌다. 출전 결의식은 2함대 소속 장병들이 작전을 나가기 전 천안함 선체 및 제2연평해전 전적비를 참배하고 북한이 도발하면 강력히 응징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자리다. 승조원들은 "적이 도발 시에는 백배, 천배 처절하게 응징한다"는 등 4개 항의 결의문을 낭독했다. '서해수호자' 별칭을 갖고 있는 이동렬(22) 병장은 "천안함 선체를 보고 가슴이 울컥했다"며 "천안함 사건 재발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서해수호자는 6~8개월 고된 함상 근무를 하면 육상 근무를 할 수 있음에도 계속 함상 근무를 자원하는 병사들에게 2함대가 붙여주는 호칭이다.

천안함 4주기… 쾅! 쾅! 쾅! 불뿜는 서해 戰艦들 - 지난 19일 오후 충남 태안반도 격렬비열도 서쪽 해상에서 진행된 해군2함대 해상기동훈련에서 국산 최신예 함정들이 해상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은 천안함 폭침 4주기(26일)를 앞두고 이지스 구축함, 한국형 구축함, 호위함, 초계함 등을 동원해 며칠째 서해에서 대규모 해상기동훈련을 벌였다.
인천함 승조원들이 17일 서해상에서 실시한 대잠수함 훈련 도중 국산 경(輕)어뢰 청상어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인천함, 천안함 3배 이상의 전투력

2500t급인 인천함은 천안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구형 초계함(1200t급), 호위함(1800t급)보다 크게 향상된 대(對)잠수함, 대공(對空) 작전 능력 등을 갖추고 있다. 초계함·호위함에는 없는 '램(RAM)' 대공 미사일, 날아오는 대함(對艦)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팰링스' 근접방공시스템, 3차원 레이더를 비롯한 최신 전자 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 국산 대함 미사일 '해성'(사거리 150㎞) 8기를 장착하고 있고, 현재 개발 중인 사거리 230㎞의 국산 함대지(艦對地) 미사일도 갖출 예정이다. 특히 소나는 이지스함을 포함해 국내 함정 중 최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