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자상거래나 인터넷 뱅킹을 할 때 사용되는 공인인증서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지난주 민관 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시청자들이 한국 드라마 주인공들이 입은 의상과 패션 잡화를 사기 위해 한국 쇼핑몰에 접속했지만 공인인증서 때문에 살 수 없었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공인인증서 사용이 법(法)으로 의무화된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 아마존·이베이 같은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는 '결제'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으로 돈거래가 끝난다. 그러나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선 보안 프로그램을 여러 개 깔고 개인 컴퓨터에 저장된 공인인증서까지 확인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공인인증서는 1999년 처음 도입될 때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공인인증서보다 더 나은 보안 기술이 개발돼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전자상거래나 인터넷 뱅킹을 할 때마다 뭔지도 모르는 프로그램을 무조건 설치하는 습관이 들다 보니 한국이 악성 바이러스가 가장 쉽게 퍼지는 나라가 돼버린 문제도 대두됐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5~6년 전부터 공인인증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정부는 이런저런 핑계로 미적거리기만 했다. 그러다 대통령이 한마디 하자 외국인은 공인인증서 없이도 국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외국인에게만 공인인증서 없는 인터넷 결제를 허용할 게 아니라 내국인에 대해서도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외국처럼 금융회사와 기업들에 인터넷상의 부정 거래를 막는 시스템 구축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도록 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씻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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