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모드로(Modrow·86·사진) 전(前) 동독 총리는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을 맞아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통일 전) 우리는 동독과 서독이라는 두 개의 국가로 공존하며 각각 발전할 수 있다는 엄청난 착각에 빠져 있었다"며 "지금 돌이켜보면 독일 통일은 반드시 필요했다"고 말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인 1989년 11월 동독 공산당 출신으론 마지막으로 총리에 오른 그는 당시 "동·서독이 조약공동체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동·서독 통일을 반대했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은 통일 찬성론자로 입장이 바뀌어 있었다.

그는 생각을 바꾼 이유에 대해 "통일이 아니었다면 그토록 짧은 시간에 동독 지역에 서독에 버금가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1989년 당시엔 동독의 독자적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여겼지만) 사실 동독엔 그럴 힘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 이후 막대한 투자로 낙후됐던 대부분의 구(舊)동독 지역이 서독에 뒤지지 않는 인프라를 보유하게 됐다"며 "통일이 되지 않았다면 동독은 서독과 격차가 더욱 벌어졌을 것이고, 이후 통일은 더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통일 직후 동독 경제는 크게 후퇴했지만 5년이 지난 1995년부터 성장을 하기 시작했다"며 "이제 구동독 지역 경제는 통일 이전보다 훨씬 나아지고 있고, 동독을 포함한 독일의 경제적 발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모드로 전 총리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6일 베를린 좌파당(Die Linke) 당사에서 이뤄졌다. 그는 현재 좌파당의 명예 당수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스 모드로 전 동독 총리가 지난달 5일 독일 베를린 좌파당 당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통일은 반드시 필요했다”고 말하고 있다.

―통일로 얻은 다른 긍정적 효과는.

"동·서독이 하나가 되면서 헤어졌던 가족들이 만나게 됐다. 나도 혜택을 본 사람이다. 서독 함부르크에 부모 형제가 살았고, 나 혼자 동독에 있었다. 가족이 떨어져 사는 아픔이 무엇인지 나도 안다. 동독 주민들이 마음껏 여행할 수 있는 자유도 얻었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통일이 너무 급격하게 진행됐다. 통일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남북한이 2014년 크리스마스에 통일하기로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남북한의 큰 격차는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다. 급격한 통일로 인해 동·서독 간의 경제·문화적 격차가 지금까지 사회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동일한 노동을 해도 동독 출신은 서독 근로자에 비해 평균 20% 적은 임금을 받고, 동·서독 연금도 15~20% 차이가 난다. 24년이 지난 현재까지 하나의 독일하에 두 개의 분리된 구성체로 존재하고 있다."

―통일 비용이 과도하게 집행됐다는 비판도 있다.

"서독이 동독에 물적 지원을 한 건 맞지만 비용이 과도했다고 볼 수 없다. 통일 후 투자가 있었기에 지금의 독일이 가능했다."

―한국은 어떻게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가.

"북한뿐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과 협상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일본과 중국의 갈등은 마치 폭발 직전의 화약통처럼 보인다. 동북아의 평화가 지속돼야 한반도의 통일도 가능하다. 또한 오늘 당장 내일의 통일을 대비해야 한다. 통일이 될 경우 남북한이 어떤 차이점을 보이고, 어떤 대립이 나타날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특히 사유재산 제도와 교육제도에 대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일 이후 남북이 갈등으로 치닫게 된다는 점을 독일 통일을 통해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