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아소산 관광지 공중 화장실에 붙은 한국어 안내문.

'숙박의 여러분에게. 일본의 휴지는 물에 녹습니다. 변기에 버려주세요.'

이 어색한 한국어 안내문은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일본 오사카의 한 호텔방마다 붙어 있다. 한국 관광객들에게 화장실에서 사용한 휴지를 변기에 버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현 아소산 관광지 공중화장실에도 '사용이 끝난 화장지는 변기에 흘려주세요'라는 한글 안내가 붙어 있다. 국내의 화장실 관련 단체들은 화장실에서 뒤처리한 휴지를 변기가 아닌 휴지통에 버리는 건 한국과 중국뿐이라고 한다.

한국화장실연구소 조의현 소장은 "공중화장실의 변기는 대부분 볼펜, 동전, 생리대 등 이물질 때문에 막히는데 괜히 휴지가 죄를 뒤집어쓴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판매되는 화장실용 휴지는 20초면 물에 풀린다. 유한킴벌리가 조사해보니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대변은 12칸(1칸은 약 113㎜ 길이), 소변은 6칸의 휴지를 사용했다. 유한킴벌리 김영일 차장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버리지 않는다면 화장실용 휴지 때문에 변기가 막힐 일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엔 손을 닦는 데 사용하는 핸드타월이나 물티슈 등 녹지 않는 휴지가 변기를 막는 경우가 많다.

'수압이 낮아 변기가 막힌다'는 말은 사실일까? 양변기는 변기 위에 설치된 물탱크에서 떨어지는 물의 낙차(落差)를 이용해 오물을 씻어낸다. 욕실전문업체 대림바스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변에 포함된 섬유질이 줄어들어 변기 막힘이 예전보다 줄었고 변기를 쓸 수 없을 만큼 수압이 낮은 건물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기 물탱크 속에 넣어둔 벽돌과 페트병은 변기 수압을 떨어뜨린다.

'휴지통 없는 화장실' 캠페인을 해온 서울 송파구는 126개 건물 398개 화장실에서 휴지통을 퇴출시켰다. 화장실 냄새의 주범이자 비위생적인 휴지통을 치우자는 것이다. 서울 광진구와 신분당선 역사 화장실 등 11개 기관도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