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나 소리는 표준 코드가 있어 똑같이 재현할 수 있죠. 그런데 구수한 된장찌개의 냄새나 맛은 어떻게 표현할까요."

박태현(朴太鉉·57)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어머니의 얼굴이나 목소리는 지금 기술로 영원히 간직할 수 있지만, 어머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는 돌아가시면 남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시각과 청각을 대신하는 카메라와 녹음기와 같이, 사람의 후각과 미각을 구현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것이다. 바로 '전자 코'와 '전자 혀'다.

폐암 진단용 바이오 전자 코를 개발한 서울대 박태현 교수. 뒤편 모니터에 이번 연구 결과가 실린 학술지 표지가 보인다.

박 교수는 최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티리얼스(Advanced Healthcare Materials)'에 폐암을 진단하는 전자 코를 발표했다. 이 학술지의 3월호 표지 논문이다. 전자 코는 냄새를 구성하는 화학물질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장치다. 기체의 화학성분을 분석하는 장치를 응용해 만든다. 그런데 박 교수의 전자 코에는 '바이오(bio)'란 단어가 앞에 붙었다. 그는 "사람의 후각 수용체 단백질을 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코에는 390종의 후각 단백질이 있다. 냄새를 이루는 물질들은 각각 다른 후각 단백질과 결합하고, 이때 발생하는 전기신호가 후각 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된다. 뇌는 냄새 물질과 결합한 후각 단백질의 조합 패턴을 인식해 어떤 냄새인지 알아낸다.

박 교수는 폐암 환자에게 특이하게 나타나는 '헵타날(heptanal)'이라는 물질에 결합하는 후각 단백질을 찾았다. 그리고 이 단백질을 죽부인 모양의 탄소나노튜브에 붙였다. 탄소나노튜브는 머리카락 10만분의 1 굵기로, 미세한 전류 변화도 감지한다. 그만큼 전자 코는 사람보다 예민하게 후각을 구현할 수 있다. 논문에 따르면 이 전자 코는 헵타날이 1000조(兆)개 중 하나 정도 있는 농도에서도 문제없이 감지해냈다.

앞서 박 교수는 탄소나노튜브에 사람의 미각 단백질을 붙여 사람 혀보다 1억배나 민감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 혀를 개발한 바 있다. 그는 "기존의 전자 코나 전자 혀는 특정 물질과 결합하는 소자가 부족해 분석에 한계가 있다"며 "사람의 후각과 미각 단백질을 쓰면 그런 문제가 없어 바리스타나 소믈리에보다 훨씬 민감한 전자 코와 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원장도 맡고 있다. 그의 연구가 생명과학, 화학, 공학의 융합이니 최적임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