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슈 매코너헤이(45)는 남성팬과 여성팬이 각각 꼽는 대표작이 다른 배우다. 여성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2003)을 첫손 꼽는다. 반면 많은 남자는 묵직한 법정 드라마 '타임 투 킬'(1996)을 꼽는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감독 장 마크 발레·6일 개봉)은 취향에 따라 남과 여로 분산됐던 대표작 지지표를 하나로 모을 작품이다. 그만큼 압권이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1980년대 에이즈에 걸린 한 남자의 실화를 다룬다. 미국 댈러스에 사는 전기기술자 론 우드루프(매코너헤이)는 평소 "에이즈는 호모들이나 걸리는 병"이라며 동성애자들을 혐오했다. 그러나 에이즈 판정을 받고 뒤이은 치료과정에서 제약회사와 병원, FDA(미 식품의약국)가 결탁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을 처방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는 사람을 보는 자신의 시각을 교정한다. 전 같으면 상대도 하지 않았을 여장 남성 에이즈 환자 레이언(자레 드 레토)과 함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만든다. 이 조직을 통해 론은 약을 밀수하고 레이언은 약을 사려는 에이즈 환자를 데려온다. 두 사람은 FDA를 상대로 '원하는 치료를 받을 권리'를 주장한다.

에이즈 약을 사러 멕시코의 병원에 갔다가 나비가 가득한 방에 들어간 론(매코너헤이).

배우에게 몸을 이루는 뼈와 살, 지방은 연기를 위한 도구다. 매코너헤이는 툭하면 화내고 병까지 걸린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80㎏이던 몸무게에서 20㎏을 덜어냈다. 키 182㎝인 그가 구부정한 긴 목을 하고 팔다리를 휘적일 때마다 관객의 눈길이 앙상한 관절에 꽂힌다.

3일 매코너헤이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미국 영화계는 집을 나갔던 탕아를 반기듯 환호했다. 언론에선 '매코너상스(McConaissance·매코너헤이의 르네상스)가 왔다'고 했다. 초기작 '타임 투 킬'에서 냉철하고 정의로운 변호사 연기를 보여준 후 그는 제니퍼 로페즈나 케이트 허드슨과 함께 로맨틱 코미디를 찍었다. 그때 그는 연기 빼곤 다 가졌다. 그랬던 매코너헤이가 2011년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를 계기로 변신했다. 거친 인생을 살아온 남자의 냉소와 성찰을 보여 준 그의 연기는 이번 영화에서 정점을 찍었다.

마약과 여자에만 탐닉하며 외딴 섬처럼 살았던 론은 남은 인생이 30일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받고 비로소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그의 소원은 이제 "여자랑 춤추러 가고 애도 갖고 남들처럼 살고 싶다"는 것이 됐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론은 사업 파트너이자 남장 여자인 레이언에게 무심한 말투로 툭 내뱉는다. "감자칩은 건강에 안 좋으니까 먹지 마."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경멸했던 이의 삶을 존중할 수 있게 되기까지 겪은 감정의 굴곡을 표현하는 매코너헤이식(式) 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