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의 '한·일 중학교 공간 구성 비교 연구'에서 우리의 중학생 1명당 운동장 면적이 13.4㎡로 일본(38.9㎡)의 34.4%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중학교 운동장은 고작 축구와 100m 달리기가 가능한 반면 일본 학교들은 축구, 테니스, 야구 등 여러 스포츠가 가능하게 조성돼 있다는 것이다.

운동장이 아예 없는 학교가 서울에만 4곳, 전국적으론 12곳이다. 서울 종로구의 어느 초등학교는 길이 22m, 폭 9m의 인라인스케이트장 하나 달랑 있을 뿐이다. 선진국에선 운동장부터 확보하고 나서 학교를 짓지만 우리는 땅을 구하기 어렵다고 운동장이 없어도 학교를 세울 수 있게 했다. 교실·강당이 모자라면 운동장 한 귀퉁이를 잘라 건물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니 아이들이 약골(弱骨)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2009년 중학생의 64.9%가 한 종목 이상 운동부에 참여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 초·중·고교생의 스포츠클럽 참가율은 27.4%에 불과했다. 고교생 신체 능력 검사에서 체력 수준이 가장 낮은 5등급 비율이 2001년엔 11.3%이던 것이 2010년 19.2%로 늘었다.

아이들에게 숨이 차도록 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교육 복지이자 청소년 인권(人權)에 관계된 문제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매일 운동하게 하면 수업 집중도가 높아져 성적이 향상되고 남을 배려하는 인성(人性)이 길러진다는 연구도 많다. BMW·아우디 같은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몰려 있는 바이에른주(州)는 '오후 1시부터 운동하기' 캠페인을 벌여 1991년 116곳이던 학교 클럽팀을 2007년 2215개까지 늘려놨다. 청소년의 스포츠 활동이 세계에서 가장 조직력이 강한 제조업체들을 키우는 기반(基盤)이 되고 있다.

학교마다 탈의실·샤워실을 갖춘 체육관·수영장까지 제공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마음껏 달리고 뒹굴 수 있는 운동장만이라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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