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취임 1년을 맞는다. 지금 대통령 지지도(한국갤럽)는 56%로 대선 득표율 51.6%를 웃돈다. 국민 평가가 박하지는 않은 셈이다. 그러나 1년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선 딱히 무어라고 잡히는 것이 없다는 평가 또한 적지 않다.

박 대통령에겐 4년의 임기가 남아 있지만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내후년 4월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돼 있어 내년 후반기부터는 국정에 정치 바람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크다. 그 이후엔 총선 결과와 대선 향방에 따라 정국이 어떻게 요동칠지 알 수 없다. 결국 박 대통령이 '선거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시기는 사실상 임기 2년차인 올해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

선거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은 당장은 인기가 없고 저항 세력이 버티더라도 나라와 사회의 장래를 위해선 꼭 해야 할 일은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경제 구조 개혁이란 데에는 별 이견이 없다. 지금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로 세계의 돈이 다시 선진국으로 몰리고,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등 통상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선제(先制) 대응하지 못하면 이런 세계적 구조 변화의 시기에 패자(敗者)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제 구조 개혁은 필연적으로 구(舊)체제에서 이익을 누리던 집단의 반발을 부르게 된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박 대통령 2년차의 성공은 이 반발을 어떻게 넘어서느냐에 달려 있다.

장차 우리 경제의 몸통까지 해칠 수 있는 잠재적 병인(病因)으로 공공 부문을 꼽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공공기관 300여 곳의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565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공기업들이 해마다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비정상 행태를 거듭하는 것은 스스로 개혁할 동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공기업 개혁은 정권이 명운을 걸고 나서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국민이 볼 때 모든 면에서 공기업 노조보다 정부의 말과 행동이 정당하고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대선 공신(功臣)을 낙하산 인사로 내려보내 공기업 개혁을 하기 어려운 것은 그 정당성과 설득력이 시작부터 흔들리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소통 부족'이란 지적에 잘 동의하지 않고 있다. 원칙을 허무는 타협이나 상황 악화를 부를 것이 뻔한 만남은 곤란하다는 대통령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원칙은 지킬 수 있는 타협, 상황 개선을 이끌 수 있는 만남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는지는 의문이다.

올해는 정권의 성패(成敗)를 가르는 갈림길이다. 박 대통령은 '2년차가 임기 마지막 해'라는 각오를 갖고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끈 풀린 신발을 신고 달리려는 것이나 매한가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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