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LIG·동양그룹 사태 등 금융 사고가 잇따르면서 수많은 고객이 피눈물을 흘렸다. 부실 기업이 발행한 기업어음(CP)을 안전한 자산인 것처럼 속여서 파는 등 금융회사들이 금융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데 그 원인이 있다. 그러나 이런 잘못된 금융거래 관행을 바로잡고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작업이 국회에서 막혀 있다.

지금 국회에는 정부가 작년 7월에 제출한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안과 함께 의원들이 발의한 여러 건의 관련 법안들이 계류돼 있지만 여야가 본격적인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연내(年內) 처리마저 어려울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카드회사의 개인 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한 신용정보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에 설치돼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어내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독립시킨다는 데 대해서는 여야 모두 이견(異見)이 없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금융감독 체계를 통째로 바꿀 것을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금처럼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모두 관장하면 금융소비자보호원의 독립성이 약화된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에 넘기거나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로 분리시키는 법안을 내놨다.

그러나 어떤 금융감독 체계가 좋은지에 대해서는 모범 답안이 없고 여야 간에 합의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 금융감독 체계까지 한꺼번에 바꾸려고 고집부리다가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까지 마냥 뒤로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여야는 무슨 금융 사고가 또 터져나와 금융회사에 맡겨둔 자산이 줄어들지 몰라 조마조마해하는 고객들의 불안감을 하루라도 빨리 덜어줘야 한다.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져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부터 처리하고, 금융감독 체계 개편은 추후 논의하는 방향으로 사안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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