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년월일·성별·지역 등 개인정보가 담긴 현재의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개인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임의번호 체계로 개편하자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됐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12일 "주민등록번호에 개인의 고유한 정보가 포함돼 있어 민감한 개인정보가 직접적으로 노출될 위험이 크고 이는 주민등록번호를 과다하게 수집하게 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주민등록번호를 임의번호 체계로 개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민등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할 때 생년월일·성별·지역 등 개인의 고유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임의 번호'를 부여하도록 했다. 현행법은 주민생활의 편익 증진과 행정사무를 적정하게 처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민에게 고유한 등록번호를 부여하고, 시행규칙에서는 생년월일과 성별, 지역 등을 표시할 수 있는 숫자로 주민등록번호를 작성하게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또 주민등록번호의 유출·도용 및 부정사용 등이 확인된 사람이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하는 경우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게 했다. 김 의원은 주민등록번호 체계 개편에 따른 혼란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충분한 준비 기한도 뒀다. 2017년까지 새로운 주민등록번호를 발급하게 하고 2018년까지 각종 전산시스템도 대체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개인정보라는 자물쇠를 여는 열쇠인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수술하지 않는 한 국민의 개인정보유출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병두·진선미 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성격의 법안을 내놓았다. 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가능케 하고 주민등록번호에서 개인정보를 삭제하기 위해 임의숫자로 부여하고자 한다"며 '주민등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민등록번호에 기본적인 개인정보인 생년월일, 성별, 출생지 등이 표시되어 나이, 성별, 출생지에 따른 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 부여 방식을 임의의 숫자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주민등록번호를 개인정보가 담기지 않은 임의숫자로 부여하고 사용목적을 엄격히 제한케 했다. 또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될 경우 변경할 수 있도록 해 국민의 인격권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 체계는 국제사회로부터 보안체계가 허술하다는 지적과 함께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제연합(UN)은 지난 2008년 '국가별인권상황 정기검토'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와 본인확인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개선권고를 한 바 있다.

내부 비판도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출범 초 '12대 인권과제'를 발표하며 주민등록번호 제도 개선을 포함시켰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없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