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에 롯데 자이언츠는 제2의 홈구장인 마산에서 모두 7경기를 소화했다. 그 가운데 쌍방울레이더스전이 가장 많아 4월 28~30일 3연전과 9월 14일 포함 4게임이었다. 라이벌 해태 타이거즈와 8월 10일에 한 차례 맞겨루었고, 한화 이글스와 8월 24일, LG 트윈스와 9월 7일에 경기를 가졌다. 성적은 4승 3패. 3패는 해태에 0-4로 완봉패한 것과 쌍방울에 두 차례 진 것이었다.

8월 10일, 마산구장은 1만5000명 관중들로 꽉 들어찼다. 라이벌 해태와의 그해 유일한 마산구장 경기였던 탓인지 경기 전부터 입장권을 사려는 관중들로 매표소 부근은 온통 북새통을 이루었다. 열기가 끓어 넘치는 만치 관중 소요의 우려도 커졌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1990년대까지 일부 극성스러운 마산구장 관중들은 승부의 고비나 애매한 판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빈병 따위를 시도 때도 없이 그라운드에 내던지곤 했다. 더욱이 응원하던 롯데가 지기라도 한다면, 으레 관중들의 소요가 뒤따르게 마련이었다.
 
그날도 결국 염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이강철이 완투한 해태가 롯데 타선을 단 2안타로 막고 4-0 완봉승을 거두자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관중석이 시끄러워졌다. 롯데는 1번 김응국과 5번 김민호가 안타 한 개씩 쳐냈을 뿐 이강철의 호투에 눌려 빈타로 일관했다.

반면 해태는 박재벌, 홍현우, 이호성, 최해식이 2안타씩 기록하는 등 득점기회에서 집중타가 터졌다. 마산관중들의 부아를 돋운 것은 6회에 해태 선두 김성한의 3루 땅볼타구를 롯데 공필성이 놓쳐 기회를 만들어준 데다 2실점 과정에서 포수 강성우가 두 차례나 패스트볼을 범한 것이다.

오후 6시 30분부터 야간경기로 열렸던 그 경기에서 롯데가 질질 끌려가며 패색이 짙어지자 울화가 치민 일부 관중들이 8회 말이 끝날 무렵 왼쪽 외야 문을 밀치고 그라운드로 난입했고 관중석에서는 오물이 그라운드 안으로 쏟아졌다.(당시 한국야구위원회 공식 기록지 비고난에는 밤 8시 34분부터 38분까지 4분간 ‘외야 좌측문 열림과 오물투척’이라는 간단한 상황설명이 들어 있다. 경기가 끝난 시각은 8시 55분으로 2시간 21분이 소요됐다)

경기 도중 술에 취한 관중이 웃통을 벗어젖히고 난간 가장자리에서 관중들에게 무어라 떠드는 모습과 한 관중은 아예 그라운드로 내려와 ‘취무(醉舞)’를 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 시절에는 너무도 익숙한 그라운드 주변 풍경이다.

관중들이 빈병이나 돌, 오물을 그라운드에 내던지면, 구단 직원들이 나와 줍는 모습도 눈에 익다.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이 아니라 ‘돌과 빈병을 줍는 남자들’이다.

그해 8월 15일치 기자방담에 실린 기사와 사진은 마산구장 일부 극성팬들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것이었다.

‘관중추태 단골 마산구장…홈팀도 고개 절레절레’ 제목 아래 기사는 관중 소동의 전말을 적바림해 놓았다. 그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롯데가 마산경기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습니다. 지난 10일 해태전 한 게임을 마산으로 유치한 롯데는 경기 직후 난동을 부리는 일부 극성팬들의 몰지각한 행동 때문에 가뜩이나 무더운 여름날을 더욱 힘겹게 보내고 말았습니다.
 
이날 관중들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술에 취해  패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경기가 막 끝나자마자 약속이나 한 듯 물병과 술병을 어지러이 그라운드로 마구 던지는 상식 이하의 관전태도를 보였습니다.
 
더욱이 롯데구단 버스에 돌을 던지고 유리창을 깨던 청소년들이 이를 말리던 구단 버스 기사 손경구 씨를 집단 구타, 치아가 흔들리고 입안을 7바늘이나 꿰매야하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이미 일부 마산 관중들의 과격한 관전태도에 익숙해져 있던 롯데 구단 직원들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섰는데도 큰 일이 벌어졌다"며 "더 이상은 마산경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군요.'

그날 관중들에게 봉변당했던 손경구 씨는 롯데 내야수 손용석의 부친으로 1990년부터 2010년까지 20여 년 간 버스기사로 재직했던 분이다. 관중들은 롯데 패배의 분풀이를 애꿎은 손 씨에게 해댔다. 
 
마산구장에서는 1990년에도 엄청난 관중 난동사태가 벌어졌던 곳이었다. 그해 6월 7일,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7차전에서 경기 도중 툭하면 펜스를 넘어 들어와 그라운드를 점거해버렸고, 술에 취한 관중들이 오물이 잔뜩 들어 있는 쓰레기통을 기자석에 집어 던지는 등 소란의 극치를 보였다. 경기 후에는 그야말로 무법천지를 연출, 1만 여명의 관중들이 일제히 그라운드로 난입, 서로 병을 던지며 패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관중석 여기저기에 불을 지르는 등 1시간 이상 무법천지를 연출했다.

그 사태 이후에도 크고 작은 관중 소동이 이어졌고 1995년 8월 10일의 사태는 그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그라운드 활극이었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술에 취한 관중들이 소동을 피우는 광경과 롯데 구단 직원들이 그라운드에 떨어져 있는 빈병이나 돌 따위를 줍는 모습(일간스포츠 제공)
1995년 8월 10일 KBO 공식기록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