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스트레스를 호소합니다. 불교나 사찰을 낯설어하는 분들을 위해서 불교적 예절보다는 스트레스 자체에 초점을 맞춰 기존 템플스테이와 별도로 일반인을 위한 '울화통 캠프'를 만들었습니다. 작년 법주사 전체 템플스테이 참가자 연인원 7500명 중 약 60%가 '울화통 캠프' 참가자였어요."

최근 불교계에선 속리산 법주사의 '울화통 캠프'가 화제다. '울화통'은 '우울과 화를 통쾌하게 날린다'는 뜻. 2012년 비구니 보관 스님(51·법주사 연수국장)이 개설한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일반 템플스테이처럼 108배, 예불, 참선 등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 1박 2일 동안 상담과 특강, 5차례의 명상 등을 통해 각자 가진 스트레스를 끄집어내어 스스로 직시하게 만든다. 청소년, 직장인들의 단체 참가도 늘고 있다. 보관 스님은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보관 스님은 “‘남 탓’ ‘자기 탓’을 멈추는 것에서부터 스트레스 해소의 씨앗은 자란다”고 말했다.

최근 2년간의 경험을 정리한 책 '울화통캠프'(나무의철학)를 펴낸 보관 스님은 "스트레스, 특히 분노는 대응방법에 따라 결과가 사뭇 달라진다"고 말했다. 분노에 대한 일반적인 대응 방식은 두 가지. '남 탓'과 '자기 탓'이다. 남 탓은 원망 때문에 자기 탓은 자학(自虐)으로 분노에서 놓여나기 힘들다는 것. 보관 스님은 "그 순간 누구 탓을 멈추고 우는 아기 달래듯 분노를 들여다보면 반은 가라앉습니다. 그럴 때 새로운 눈으로 보면 원인과 해답을 찾을 수 있지요."

청소년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참가자들과 상담하지만 그는 그냥 들어주지만 않고 맺고 끊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건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 식이다. 진로와 미래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청소년·청년들에게도 '내가 누구인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세상을 꿈꾸는가'를 스스로 먼저 묻고 답하라고 한다. 도움을 청하는 이에게 거꾸로 숙제를 안겨주는 셈. 그러면서 '자신의 장점 10가지'를 지인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받도록 한다. 문자를 받고 눈물 글썽이는 이가 수두룩하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은 문제 해결의 씨앗을 마음에 품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보관 스님은 천주교 집안에서 성장해 대학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하고 미국에서 숭산 스님(1927~2004)과 그의 제자인 대봉 스님을 만나 30대 후반에 한국 불교로 출가한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보관 스님은 "젊은 날 여러 종교 사이에서 방황하고 진리를 찾던 제가 숭산 스님을 만나 문답 속에 깨닫게 된 것은 '생각이 너무 많은 병'을 가졌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인들 역시 지나친 경쟁 속 스스로의 가치와 잠재력을 잊고 실체가 없는 불만족 속에 사는 경우가 많다"며 "제 역할은 사람들이 자신 속의 잠재력을 길러내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가 후 계룡산 무상사와 동화사, 월정사 등의 선방을 다니며 참선수행에 몰두하기도 했던 보관 스님은 "대중을 만나야 깊은 수행이 가능하다는 것, 현장이 가장 깊은 수행처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